"영하 25도 혹한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불굴의 의지로 무장한 극강전사들

      2023.03.07 05:00   수정 : 2023.03.07 14:4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우리 역사의 기록엔 조선시대에도 현재의 특수부대와 비슷한 병종이 있었다. 세종 15년(1433년)경부터 운용한 ‘체탐인’은 여진족의 동태를 미리 파악하고 그들을 추적·감시하는 기관으로 국경 백성들의 수탈을 막는 활동뿐 아니라 때로는 활을 이용한 교전이 벌어졌다. 당시 세종대왕은 때로는 포상하면서 독려하고, 어떤 때는 경계심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로 활동을 자제하라는 직접 지시를 내리는 등 관심을 기울였다는 세종실록의 기록이 있다.



그러나 '채탐인'은 성종 때 와서 해체됐고, 이후부턴 국경 백성들은 밤낮없이 불시에 자행된 여진족의 수탈행위에 백성들이 추수기가 되면 여진족 걱정을 먼저 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한 국가의 감시와 정찰, 정보수집 능력과 특화된 특수부대 양성과 지원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지난 1월 2일부터 12일까지 강추위와 폭설이 잦은 험준한 산악지형인 강원도 대관령 일대 황병산(1407m)에서 육군특수전사령부 비호부대 싸울아비대대 장병들이 영하 25도의 극한의 추위속에서도 침투·은거·특수정찰 등 특수작전 수행능력을 끌어올리는 ‘설한지 극복훈련'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강원 황병산서 열흘간 특수작전 수행능력 배양


올 1월 강원도 평창군 황병산. 영하의 기온 속 발이 푹푹 빠지도록 눈이 쌓인 산길에서 극한의 환경을 이겨내며 기척도 내지 않으며 빠르게 이동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육군특수전사령부 비호부대 싸울아비대대 장병들이다.

인간이 견디기 힘든 여건속에서 주어진 임무 완수를 위해 육군특수전사령부는 매년 겨울 고강도 ‘설한지 극복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싸울아비대대 장병 180여명도 지난 1월 2일부터 12일까지 대관령과 황병산 일대에서 특수작전 수행능력을 끌어올리는 설한지 극복훈련을 수행했다.

작전과장 허윤 소령은 “싸울아비대대는 지난 1월 2일 치누크 헬기를 타고 적 후방 지역침투 상황을 가정해 강하훈련을 진행했다"며 "이와 연계해 1월 3일부터 눈으로 뒤덮인 황병산에 도착해 침투·은거, 특수정찰, 항공 화력유도, 상황조치, 도피 및 탈출 등의 훈련을 전개하며 동계 특수작전 수행 능력을 갈고닦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훈련은 적을 상정한 대항군을 운용하는 가운데 실전적으로 펼쳐졌다. 며칠 동안 내린 눈이 수북이 쌓인 해발 1000m 고지, 나무들이 빼곡한 산비탈에는 하얀 눈과 낙엽, 마른 나뭇가지들만 떨어져 있을 뿐 싸울아비대대 장병들은 고요함 속에 어디에도 모습을 드러나지 않았다.

어느 순간 눈밭 위의 하얀 형체의 설상복의 장병들이 스르르 움직이며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직접 땅을 파고 구축한 잠적호 안에서 장병들은 다기능 관측경을 활용해 첩보를 획득하며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잠적호에서 나온 장병들은 날카롭게 주변 경계 태세를 갖춘 후, 은거했던 흔적을 지우고 수신호만으로 소통하며 다음 작전지역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눈 쌓인 산비탈을 경계하며 내려오는 장병들은 40kg의 군장을 메고도 하얀 눈과 동화된 듯 은밀하게 빠른 속도로 적의 감시를 피해 적 종심부로 침투하는 특수작전에 몰입했다.

잠적호 안에서 잠복 정찰 임무를 함께 수행한 이성우 상사(진)는 실제로 훈련에 임해 제한적인 환경을 겪으면서 "대항군과 핵심 표적의 움직임을 관측해 상급 부대로 보고하며 공군의 항공 화력유도로 적을 타격하는 임무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우애와 특수 작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 어떤 작전을 나가도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고 밝혔다.

이번 훈련을 이끈 중대장 백승호 대위는 “특수정찰 훈련은 이후 진행될 전술 기동 및 적 후방지역 침투로 이어지는 중요한 활동으로 극한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계기가 됐다”며 설한지 극복훈련에 처음 참가하는 대원들을 포함해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고 안전하게 훈련에 임할 것을 거듭 당부했다.

강추위 속 주야 없이 진행된 특공무술·전술스키 훈련 등 구슬땀



훈련은 주·야 구분 없이 이어졌다. 살이 베이는 듯한 강추위 속에 날이 저물어 어둑해진 훈련장 한편에선 기합소리와 함께 특공무술을 단련이 시작됐다.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하는 ‘드릴’로 시작해 ‘연속베기’ 동작과 ‘기합차기’와 ‘고급형 품새’ 기술로 이어지며, 대검을 이용해 상대의 급소를 대검으로 베고 찌르는 훈련을 이어갔다. 이 같은 극한의 자연조건의 한계를 극복하고 100%의 기량을 발휘해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도록 하는 실전 같은 훈련이었다. 연이은 대검 공격에 상대편 적군이 쓰러지는 동작이 반복되면서 특공무술 훈련은 마무리됐다.

무엇보다 스키 훈련 숙달도 핵심이다. 동계에 적지침투 작전에선 작전지역에 눈이 쌓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어둠속에 신속하고 은밀한 설상 기동 능력 배양을 위한 스키 숙달 훈련은 필수다.

스키장의 조명이 밝아지자 전술스키 훈련이 시작됐고 설상복을 착용한 장병들이 750m 높이의 슬로프 언덕 위에 당당하게 등장했다. 이어 팀 대형을 유지한 채 15도 경사를 활강했다. 주변을 빈틈없이 경계하면서 강추위와 눈보라를 뚫고 내려오는 대대원들의 대열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지난해 국군의 날에 특공무술 시범을 보일 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나누리 중사는 설한지 극복훈련에서 처음 스키를 배웠지만, 6년째 훈련에 참가하다보니 이제는 중급 실력을 갖추게 됐다고 전했다.

나 중사는 "중대 단위 스키는 팀원 간 간격을 맞추기 위해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하고, 일반 스키보다 짧기 때문에 타기도 좀 더 어렵다. 하지만 훈련을 통해 실력도 배양할 수 있었고, 팀원들이 서로서로 챙기면서 단결력도 높아졌다. 무엇보다 재미있게 많이 배운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싸울아비는 우리나라 국가대표입니다~!”라며 자부심 가득한 이번 훈련 소감을 밝혔다.

한편 북한이 지난해 역대 최다 무력 도발에 이어 최근 화성-15형 ICBM 발사와 대구경방사포, 무더기 순항미사일의 잇단 도발을 재개했다.
이어 북한은 자신들의 WMD(대량살상무기) 고도화에 대응한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선 험악한 수사를 동원한 위협에 이은 또 다른 다양한 도발을 벌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특히 1968년 1월 21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을 제거하려는 北 정찰국 124부대 청와대 기습 사건을 비롯해 1983년 10월 9일 미얀마 양곤(옛 명칭, 버마 랑군)에서 당시 전두환 대통령 암살을 시도한 폭탄테러로 우리 정부 주요 요인과 수행원 17명이 사망한 전대미문의 잔악무도한 사건들을 서슴없이 벌여왔다.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 위험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저들의 고도의 테러 시도 가능성도 과거의 일로 치부하거나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음을 제대로 인식하고 항상 유비무환의 대비태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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