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야근' 부르는 주 단위 근로 개편… 입법까진 난항

      2023.03.06 18:30   수정 : 2023.03.06 18:30기사원문
정부가 근로시간제 개편안으로 주 69·64시간제를 제시한 것은 70년간 유지된 '1주 단위' 근로시간 제도가 산업 현장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행 주52시간제는 근로자가 일이 몰릴 경우 1주일에 1시간만 초과해 53시간 일해도 사업주는 범법자가 된다.

사업주 처벌을 피하기 위해 근로자가 추가 근무 사실을 숨긴 채 52시간만 일한 것으로 하면 '공짜 노동'이 되는 문제가 생긴다.

특히 주 69·64시간제 도입은 선진국들이 도입한 안식월 등을 국내 현실에 맞게 적용해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쉴 수 있게 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장시간 근로를 부추긴다고 반대하고 있어 국회 입법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근로시간제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정부는 '주52시간제'(기본 40시간+최대 연장 12시간)의 틀을 유지하면서 '주' 단위의 연장근로 단위를 노사 합의를 거쳐 '월·분기·반기·연'으로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단위 기준별 연장근로시간을 살펴보면 '월'은 52시간(12시간×4.345주), '분기'는 156시간, '반기'는 312시간, '연'은 624시간이다

하지만 정부는 장시간 연속 근로를 막고 실근로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분기 이상은 연장근로 한도를 줄이도록 했다. 이에 따라 '분기'는 140시간(156시간의 90%), '반기'는 250시간(312시간의 80%), '연'은 440시간(624시간의 70%)만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일이 몰리는 주에는 근로시간이 많아지고, 일이 적은 주에는 조금만 일하자는 취지이다.

정부는 일을 마치고 다음 일하는 날까지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한다. 하루 24시간 중 11시간 연속 휴식을 빼면 13시간이 남는다. 또 근로기준법상 4시간마다 30분씩 휴게시간이 보장되므로 13시간에서 1.5시간을 빼면 남는 근무시간은 11.5시간이다. 일주일에 하루는 쉰다고 가정하면 1주 최대 노동시간은 69시간(11.5시간×6일)이 된다.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주64시간을 일하도록 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11시간 연속휴식의 예외사유로 천재지변에 준하는 상황만 인정해 그 외의 긴급상황은 지키기 어렵다는 현장의 호소가 있었다.

근로자가 한가해지면 장기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저축한 연장근로를 휴가로 적립한 뒤 기존 연차휴가에 더해 안식월처럼 장기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확대한다. 모든 업종의 정산기간을 3개월, 연구개발 업무의 경우 6개월로 늘린다. 유연근무제의 하나인 선택근로제는 1개월의 정산기간 내 1주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지 않은 범위에서 근로자가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1주 40시간의 법정 근로시간을 유지하면서 하루 10시간씩 1주일에 4일 일하고 평일에 하루 쉴 수 있는 것이다. 1주 40시간의 법정 근로시간을 지켰기 때문에 임금도 감소하지 않고 주4일제가 도입된다.

근로자대표제도 정비한다. 근로자대표는 근로시간 등 주요 근로조건을 결정한다. 정부는 과반수 노조가 근로자대표를 맡도록 했다. 과반수 노조가 없을 경우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근로자대표를 맡는다. 이마저도 없으면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근로자대표를 선출한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개편안 중에는 법을 고쳐야 하는 사안이 많다. 하지만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국민을 과로사로 내몰겠다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어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장관은 "이번 개편안이 현장에서 악용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개편안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권리의식, 사용자의 준법의식, 정부의 감독행정 등이 맞물려 가야 한다"고 말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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