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16명 죽인 애들, 북송 의견으로 해"..실무진 보고 묵살했다

      2023.03.10 08:28   수정 : 2023.03.10 08:2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 당시 실무진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북송을 기정사실화하는 내용으로 보고서를 수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9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2019년 11월 1일 서 전 원장은 북한 선원들이 NLL을 넘어 남하를 시도하자 김모 당시 국정원 3차장에게 법적으로 탈북민들을 북한에 돌려보낼 수 있는지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당시 지시를 전달받은 대공수사국 직원들은 '울릉도 동북방 해상 北 선원 나포시 신병 처리 검토'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해당 보고서 초안에는 북한 선원들이 귀순 의사를 밝혔다는 사실 등이 적혀있었다.

그러나 서 전 원장은 같은 달 3일 보고서 초안을 보고받을 당시 "흉악범인데 그냥 돌려보내면 안 되나"라고 발언했다고 한다.
다음 날 새벽에는 김 전 차장에게 전화해 "탈북 어민 처리 문제를 갖고 청와대에서 결론을 낼 모양이다. 원의 입장을 보내줘야 한다"라며 "16명이나 죽인 애들이 귀순하고 싶어서 온 거겠냐. 자기들 살려고 온 것이지. 북송하는 방향으로 보고서를 만들어줘"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자 당시 김 전 차장은 "대공수사국 설득이 가능하겠나. 두 번이나 실무부서에서 반대했다"라고 했지만, 서 전 원장은 "그냥 해. 우리는 그냥 그 의견을 내"라고 강조했다.

이에 보고서에는 "진정한 귀순으로 보기 어렵고, 희대의 살인범으로 우리 정부가 보호해야 할 가치가 없다", "귀순을 허용할 경우, '보호할 가치도 없는 중대범죄자의 귀순도 허용하느냐'는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충돌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등의 내용이 추가됐다.

또 서 전 원장은 같은 달 5일 '울릉도 동북방 해상 나포 북 선원, 중대범죄 자백' 보고서에서 '대공혐의점 희박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자 "NSC에서 결정된 건인데, 대공혐의점 희박은 뭐냐"라며 귀순 요청 부분을 삭제하고 '대공 혐의점은 희박한 것으로 평가' 부분을 '대공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결론'이라고 수정하라고 지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어 당시 합동조사팀장은 국정원 대공수사국 직원에게 "귀순이라는 단어가 있으면 곤란하다"라는 말을 듣고 조사결과 보고서에 '귀순'이라는 단어를 모두 '월선'으로 수정하고 귀순의사를 표명했다는 내용도 삭제했다.

이후 탈북 어민들은 이틀 뒤인 2019년 11월 7일 남하 5일 만에 판문점을 통해 추방됐다.

검찰은 이 같은 범행 동기로 "(탈북 어민들을) 송환함으로써 북한과 화해와 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북한을 존중하고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기로 한 방침"을 꼽고 있다.


다만 서 전 원장 등은 탈북 어민들이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범죄자라는 점 등을 들며 국민 보호를 위한 최선의 결정이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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