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 무섭다" 공포에 휩싸인 실리콘밸리...파산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 가보니

      2023.03.12 12:10   수정 : 2023.03.12 14:34기사원문

【실리콘밸리(미국)=홍창기 특파원】 "내 예금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나는 모른다.", "아직은 사태가 어느 쪽으로 튈지 가늠하기 어렵다. 주말이 지나고 13일이 돼야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예측이 좀 될 것 같다.

" (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 LP(출자자)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은 무거운 침묵에 휩싸여있었다. 총자산 약 2090억달러(약 277조원), 총수신액 1754억달러(약 232조원), 미국의 16위 SVB가 사실상 파산하면서다.
SVB 본점을 찾아온 사람들은 자신들의 예금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 불안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SVB 본점 출입문에 25만 달러(약 3억3075만원)까지의 예금은 전액 보장된다는 안내문을 붙였음에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은행의 수신액 가운데 95% 정도가 예금자 보호가 되지않는 25만 달러 이상의 예금이라서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생태계 붕괴 우려

문제는 미국 테크·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절반 정도인 44%가 SVB의 주 거래 고객이라는 점이다. 이에 스타트업들의 자금이 묶여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실리콘밸리의 한 LP 관계자는 "운영자금을 SVB에 예금해 놓았던 스타트업들이 가장 큰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VC 대표는 "25만 달러는 당장 월요일에 돌려받는다고 해도 25만 달러를 초과하는 예금을 언제부터 어떻게 돌려받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공포가 큰 것 같다"고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내 분위기를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FDIC 예금자 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SVB의 예금 규모를 1515억달러(약 200조4000억원)로 추정된다. SVB의 총자산은 2090억달러로 전체 수신 규모를 초과하지만 25만달러 이상의 예금 즉시 지급은 어려워 일시적 자금경색에 처해지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도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금융시스템 전반 확산 공포

25만 달러 이상 예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미국 금융 산업 전체에 대한 신뢰도가 무너지고 무엇보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생태계가 무너질수도 있어 미국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LP 관계자는 "SVB 사태에 대한 시간을 끌면 끌수록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에게 악영향이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미국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어 "미 정부와 캘리포니아주정부가 미 FDIC에게 예금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빠르게 이뤄지도록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SVB 사태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뉴섬 주지사는 SVB 고객들의 예금을 돌려주기 위해 SVB 자산 매각을 위한 절차에 착수하고 SVB 인수자 물색에 대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SVB 파산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하는 게 아니냐는 공포가 생겨나면서 투자자들도 채권과 금을 비롯한 안전자산으로 투자처를 옮기고 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지난주 주간 기준으로 다우지수가 4.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4.6%, 나스닥지수는 4.7% 하락했다. 특히 다우지수는 지난해 6월 이후, S&P 500 지수는 지난해 9월 이후 각각 최대의 주간 하락 폭이다. 위험자산인 주식 투매세가 이어진 것이다. 이는 '제2의 SVB'가 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은행주들이 동반 폭락한 여파가 크게 작용했다.

다른 은행으로 위기가 번질지 모른다는 경계감 속에 지난 10일 퍼시픽웨스턴은행의 지주사인 팩웨스턴 뱅코프는 35.5%, 웨스턴얼라이언스 은행은 23.8%,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14.8% 각각 폭락했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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