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하나 남았다"…육·해·공 교통수단 갖추고 '글로벌 관광도시' 꿈꾸는 속초
2023.03.14 06:20
수정 : 2023.03.14 06:20기사원문
(속초=뉴스1) 윤왕근 기자 = 국내 대표 관광도시 강원 속초가 육로와 해상, 항공 등 관광 교통수단을 모두 갖추고 국내를 너머 글로벌 관광도시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속초항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5개월 만에 금발의 관광객을 태운 크루즈가 돌아왔고, 한때 '유령공항' 소리를 들었던 양양공항은 이제는 주차난이 문제일 정도로 문전성시다.
설악산과 드넓은 동해바다의 천혜 관광자원을 갖추고도 교통수단 등 접근성 부족으로 수도권에서조차 작심하고 와야 했던 관광지였던 시절이 불과 20년 전이다.
이 같은 관광도시 속초가 '글로벌 관광도시'라는 입지를 다지기 위해 남은 것은 오는 2027년 서울과 속초를 90분대로 이어줄 철로의 완성 뿐이다.
◇"크루즈 타고 왔어요" 속초항에 내린 외국인 관광객
"설악산에 가보고 싶어요."
13일 속초항에 입항한 월드크루즈에서 내린 외국인 관광객의 첫 마디다.
이날 선원과 관광객 800여명을 태운 아마데아호(2만9000톤급·독일 선적)가 속초항국제크루즈터미널에 닻을 내렸다.국내에 외국적 크루즈선박이 국내에 입항하는 것은 2020년 2월 코로나19로 인한 입항제한 조치 이후 약 3년 만이고, 속초항에는 3년 5개월 만이다.
아마데아호는 지난 12일 일본 니카타를 출발해 예상 입항 시간인 13일 오전 8시보다 1시간 정도 빠른 오전 7시쯤 속초항에 닻을 내렸다.
아마데아호의 입항을 환영하는 취타대, 풍물공연 등 전통공연이 열리기도 했다. 아마데아호 승객들은 크루즈 난간에서 한국 전통공연을 감상하며 사진과 영상으로 담았고, 취재진에 손을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고 오전 8시 30분쯤 승객들의 하선이 시작됐다.이날 아마데아호 탑승객은 563명, 선원 302명 등 867명으로, 주로 독일·스위스·오스트리아 국적의 고령층이다.
당국은 이날 아마데아호 첫번째 승객 랄프 랑거·크리스타 랑거(독일) 부부에게 꽃다발과 선물을 건네며 반갑게 맞이했다.
남편 랄프 랑거는 "20년 전 한국에 첫 여행을 왔을 때는 전통적인 모습이 많았는데 현대적으로 발전된 모습"이라며 "코로나 이후 두 번째 여행으로, 첫번째 유럽 투어 때는 상점들도 문을 많이 닫는 등 관광하기 불편했는데, 코로나 완화로 여행하기 좋아진 것 같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부인 크리스타 랑거는 "두 번째 한국 여행에서는 서울도 가보고 다양한 관광지를 둘러볼 예정"이라며 "내일 설악산에 가볼 예정인데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날 아마데아호에서 하선한 승객들은 설악산과 속초관광수산시장 등 속초지역 관광지를 둘러보거나, 강릉 선교장, 정동진, 동해 추암해변, 고성 DMZ 박물관, 낙산사 등 동해안 관광지를 찾았다. 일부 승객은 청와대, 경복궁, 북촌한옥마을 등 서울 투어를 하기도 했다.
◇속초 찾는 월드크루즈 올해만 6척…양양공항도 문전성시
올해 속초항에는 이날 입항한 아마데아호를 포함해 총 6회의 크루즈 입항이 예정돼 있다.
오는 4월 2만8000톤급 실버스위트호가 582명의 관광객과 함께 속초항에 들어온다. 6월에는 11만톤급 코스타세레나호(4836명)가 3번 속초항으로 들어온다. 10월에는 8만2000톤급 웨스터담호가 3181명의 관광객과 함께 온다.
크루즈를 타고 오는 관광객들은 정박 기간 설악산이나 속초관광수산시장 등 속초지역 관광지는 물론 강릉, 동해, 양양 같은 동해안 관광지를 찾을 예정이다.
특히 고성 통일전망대 등 안보 관광도 휴전국가인 한국에 호기심이 많은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동해안 뿐 아니라 청와대나 경북궁 등 서울 투어 역시 활발할 것 예상된다. 이것 역시 2017년 개통한 서울양양고속도로의 존재가 크다.
관광도시 속초에게 호재는 뱃길 뿐만이 아니다.
인접한 양양공항이 지난해 개항 이후 최다 여객 이용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하늘길 역시 활발한 상황이다.
강원도에 따르면 지난해 양양공항 이용객은 개항 이후 역대 최다인 38만명으로 기록됐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등이 완화되면서 이용객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2002년 개항 첫해 21만7115명을 기록한 양양공항의 종전 최다 이용객 수는 2014년 25만3269명이었다. 역대 최소 이용객은 2009년 3085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무려 124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동서고속철 뿐" 국·내외 최고 관광도시 꿈꾼다
이날 뱃길(크루즈 여행 재개)을 비롯해 육로(서울양양고속도로)까지 접근수단을 갖춘 속초가 국내 대표 관광 남은 것은 오는 2027년 준공 예정인 동서고속철도 개통 뿐이다.
지난해 10월 첫삽을 뜬 동서고속철도 건설사업은 유일하게 철도길만 갖춰지지 않았던 속초의 30년 숙원이다.
6년 동안 철도 93.7㎞를 신설하는 해당 사업에는 약 2조4000억원이 투입된다. 개통 시에는 KTX-이음 열차를 타고 서울(용산)에서 속초까지 환승 없이 1시간39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기존보다 이동시간이 1시간30분 이상 줄어든다.
또 접경지역 특성상 지역 발전에 제약이 있던 화천, 양구, 인제군에 최초로 철도역이 신설된다.
동서고속화철도는 속초에서 동해선과 연결되며, 2027년 개통 예정인 강릉~제진 구간을 따라 포항, 울산, 부산까지 철길이 이어지는 등 한반도 등허리가 철길로 모두 이어진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동해북부선을 통해 시베리아 횡단철도, 중국횡단철도 등과 연결되면 향후 강원도는 대유럽, 대중국 여객·물류의 허브를 꿈꿀 수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오는 2027년 해당 철도가 준공·개통하면 속초는 육·해·공 교통수단을 모두 갖춘 관광도시가 된다.
이날 입항식에 참석한 이병선 속초시장은 "코로나19 이후 3년 5개월만에 대한민국 첫 크루즈 관광이 속초에서 시작됐다"며 "앞으로 적극적인 포트세일을 통해 양양공항 등과 연계해 '플라이 크루즈 관광'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설악산을 비롯한 시티 관광뿐 아니라 DMZ 관광을 중심으로, 설악권 이웃 지자체와 연계한 관광상품을 만들 것"이라며 "이번 크루즈 관광 재개와 더불어 2027년 동서고속철도, 동해북부선 동시 개통, 양양공항과 함께 하는 명실상부 환동해권중심 크루즈 도시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