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VB 매각에 사모펀드 몰려, 은행 아닌 '대출채권'에 눈독

      2023.03.15 15:37   수정 : 2023.03.15 15:3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 정부가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매각을 본격 추진하는 가운데 일부 사모펀드들이 관심을 보였다. 다만 이들은 SVB 전체가 아닌 은행의 대출채권만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관계자를 인용해 미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SVB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FT는 아직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블랙스톤그룹,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아폴로), 아레스매니지먼트(아레스), 칼라일그룹이 740억달러(약 96조원) 규모의 SVB 대출채권 인수를 검토중이라고 주장했다.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당국은 지난 10일 SVB의 유동성이 부족해 지급 불능 위험이 있다며 은행을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삼아 파산 절차를 시작했다. 금융당국은 세금을 투입해 은행을 살리는 대신 은행을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FDIC는 지난 11~12일 SVB에 대한 첫 경매 입찰을 시작했으나 주요 대형은행들이 참여하지 않았다. 입찰은 FDIC가 한 곳의 매수 의사를 거절하면서 인수자 없이 종료됐다.
FDIC는 조만간 2차 입찰을 추진할 예정이다.

SVB의 영국 자회사의 경우 영국 HSBC홀딩스가 1파운드에 인수한다고 알려졌다. SVB 영국 자회사는 예금 안전 확보로 평소처럼 운영중이다.

FDIC는 은행이 팔리지 않자 일단 은행 정상화에 집중하고 있다. 금융 당국이 SVB 예금·자산 관리를 위해 설립한 임시은행인 실리콘밸리브리지은행(SVBB)의 팀 마요풀로스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14일 교객들에게 서한을 돌려 돈을 믿고 맡겨달라고 호소했다. SVB는 지난 9~10일에 걸쳐 약 52조원 이상의 돈이 빠져나가는 대량인출사태(뱅크런)을 겪었다. FT는 미 중소은행에 예금했던 고객들이 SVB 사태 이후 JP모건,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대형은행으로 돈을 옮기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익명의 관계자는 블랙스톤그룹의 경우 신용자산 부문에서 SVB의 대형 대출채권이나 대출 전체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헤지펀드 사업부에서는 은행 자산 일부를 사는 방안을 고민중으로 알려졌다. 다만 관계자는 블랙스톤그룹이 SVB 전체 매입에는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폴로 역시 신용자산 부문에서 SVB 대출채권 매입에 관심을 보였다. 아폴로의 마크 로완 최고경영자(CEO)는 FT를 통해 대출채권 매입 가능성을 두고 “우리 재정 시스템의 다각화를 유지하기 위해 비교적 안전한 상품을 투자시장으로 가져올 기회”라고 평가했다. FT는 아폴로가 SVB 사업부 인수에는 관심이 없지만 다른 벤처 캐피털이 SVB의 고객 대응 사업부문을 되살리는 계획이 있다며 아폴로가 이를 도울 수는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KKR과 칼라일그룹, 아레스 모두 SVB의 대출채권 매입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FDIC는 SVB에 이어 시그니처은행을 매각에 나섰다. 미 뉴욕주 금융당국은 지난 12일 시그니처은행을 폐쇄하고 FDIC를 파산관재인으로 임명했다.
이에 FDIC는 SVB와 같이 시그니처은행의 예치금과 자산을 모두 옮겨 시그니처브리지은행을 새로 만들어 인수자를 찾고 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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