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처럼 될라… 은행권 경쟁촉진 정책 제동
2023.03.15 18:18
수정 : 2023.03.15 18:18기사원문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5대 은행 중심의 과점체제를 깨기 위해 지난달 은행권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스몰라이선스·챌린저뱅크 등 신규 은행 추가 도입과 은행권-비은행권 간 경쟁 등 다양한 경쟁촉진 방안을 논의 중이다.
그러나 금융 당국이 특화은행 모범사례로 꼽았던 SVB가 파산하면서 특화은행 도입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리스크 관리 능력이 부족한 신규 은행의 등장은 은행 건전성만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내 금융권에서도 고금리 충격 여파로 곳곳에서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다.
가장 큰 위험 요소는 금융당국에서도 올 금융 시장 최대 뇌관으로 꼽은 부동산 PF 대출 부실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전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규모는 125조3000억원에 달한다. 증권사 채무보증액까지 더하면 150조원 수준이다. 금리 급등으로 집값이 하락하며 사업 수익성은 떨어졌는데, 금융비용은 늘면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 PF 대출 연체율은 0.61%로 3년내 최고치로 올랐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PF 대출 부실 위험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가 가까스로 진정됐으나 불씨는 여전히 남은 상황이다.
기업 연체율도 뛰고 있다. 국내 상장사 1664곳 중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 비중은 지난해 3·4분기 말 기준 34.9%(581개)로 전년 동기 대비 1%p 증가했다. 이들 기업은 영업활동으로 번 돈을 합쳐도 이자를 내기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취약차주 이용도가 높은 저축은행의 연체율 지표도 악화되는 추세다.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말 3%로, 6개월 전보다 0.4%p 상승했다. 저축은행권의 합산 연체액은 3조4344억원으로, 2016년 6월 이후 약 6년만에 3조원을 넘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은행들이 과도한 수익을 올린 것 때문에 은행 경쟁촉진 방안이 나왔는데 현재 금리가 떨어지면서 예대마진이 축소돼 이미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고 있다"며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모든 정부가 금융 안정에 무게를 두고 정책운용을 하고 있는 만큼 우리 금융당국도 은행권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도 "은행권의 경쟁이 심화했을 때 은행들은 리스크를 더 안고서라도 무리한 영업을 펼칠 수밖에 없을 텐데 이런 다양한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금융당국은 현재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하고, 구조 재편에 앞서 위험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