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생, 사망 직전 의자에 16시간 묶여 학대당했다
2023.03.20 15:03
수정 : 2023.03.20 15:08기사원문
지난 1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지옥이 된 5년 - 인천 초등학생 사망 미스터리'라는 제목으로 인천 초등학생 학대 사망 사건을 다뤘다.
허벅지에 찍힌 상처, 항문엔 화상 의심 피부변형
A군은 지난 2월 7일 인천의 한 응급실에 심정지 상태로 도착했다.
A군의 몸에는 발생 시기가 다른 멍들이 가득했고 허벅지에는 뾰족한 것에 찔린 상처가 수십군데 발견됐다. 항문 쪽에는 화상을 의심할 만한 피부 변형이 포착됐고, 사인은 여러 둔력에 의한 사망이었다. 이는 온몸을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맞아 피부 속에 다량의 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이를 본 의료진은 아동 학대를 의심해 곧바로 신고했다.
'그알' 제작진은 집 주변과 내부 CCTV를 통해 A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봤고, 집 내부 CCTV에서 사망 이틀 전 A군의 모습을 포착했다.
당시 A군은 얼굴이 바지에 가려진 채 의자에 결박돼 있었다. 계모가 커튼 끈으로 A군의 팔다리를 의자에 묶고 방에 설치된 홈캠으로 감시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또 스피커를 통해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폭언을 퍼붓고 새벽 5시부터는 아이를 깨워 성경 필사를 지시했다. A군은 사망 전 16시간 동안 의자에 묶여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 전날 편의점에 멍한 표정으로 나타나
제작진은 A군이 사망하기 전날 편의점을 방문해 음료수를 사 먹은 사실도 확인했다. 편의점 CCTV에 포착된 A군은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멍한 표정에 얼굴 근육들은 다 처진 상태로 영양 결핍이 CCTV 화면에 드러났다.
아주대 소아청소년과 배기수 교수는 "영양 결핍이 심했던 상태 같다. 아주 나쁘단 얘기"라며 "그때가 구사일생의 기회인데 그 때만 입원시켰어도 절대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알' 제작진은 A군의 사망 1년 전과 한 달 전 사진을 비교해봤다. 밝았던 A군의 얼굴은 눈에 띄게 야위어갔고 표정 또한 어두워졌다.
이밖에 제작진은 취재 과정에서 A군이 정신과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던 사실을 확인했다. 5년 전 A군의 부모가 이혼하고 이후 계모가 주의력 결핍이라며 병원에서 상담을 받았으며 병원은 계모의 진술에 따라 아이에게 정신과 약을 처방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A군의 주의력 결핍 증상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작진은 초등학교 2학년 때 홀로 필리핀 유학을 떠난 바 있던 A군이 유학을 떠나기 전 부모에게 말을 잘 듣지 않으면 필리핀에 보내버린다는 말을 지속적으로 들었던 것이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 전문가의 멘트를 통해 설명했다.
한편 검찰에 넘겨진 친부와 계모는 경찰 조사에서 훈육 차원에서의 체벌만 인정할 뿐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