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서 퇴직금 결정하면 희망퇴직제 유명무실해 질 것"

      2023.03.22 18:25   수정 : 2023.03.22 18:25기사원문
은행원들이 회사를 떠나며 1인당 평균 5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챙기는 것도 옛말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당국이 퇴직금을 노사 합의가 아닌 주주총회에서 의결토록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본 제도가 시행되면 퇴직금이 줄어 희망퇴직제 자체가 사실상 사라지는 만큼 인사 적체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액 퇴직금, 주주총회 도마 위에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원의 희망퇴직금을 주주총회에서 평가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단기적인 수익에 연계하는 것이 아닌 주주와 국민정서에 부합하게 희망퇴직금을 지급한다는 취지에서다.


현재 국내 은행원의 퇴직금은 근로기준법상의 법정퇴직금과 노사 합의와 은행장 결정을 통해 지급되는 희망퇴직금으로 나뉜다.

이때 희망퇴직금은 생년, 정년 잔여 월 수 등을 감안해 산정되는데 통상 26∼36개월분의 직급에 따른 특별퇴직금과 학자금, 의료비, 전직 지원금 등 복지지원 혜택이 포함된다.

희망퇴직금은 전체 퇴직금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5개 은행 1인당 평균 총 퇴직금은 전년 대비 3000만원 늘어난 5억400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중 희망 퇴직금은 67%에 해당하는 3억6000만원으로 나타났다.

만약 주주들이 희망퇴직금 산정에 직접 참여할 경우 현재 5억원 이상에 달하는 은행원의 퇴직금 규모는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

주주 입장에서는 희망퇴직금을 절감해야 은행업의 대표적인 운영 비용인 인건비를 줄일 수 있어 주주환원 시 유리하기 때문이다.

■ 은행권 "인사 적체 우려"

은행권은 퇴직금 산정 체계를 손볼 경우 희망퇴직제를 선택하는 인원이 줄어 인사 적체가 심해진다고 지적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매년 1000~2000명이 5대 은행에서 떠나가고 신입 행원이 들어올 수 있는 이유는 인력 순환이 무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올해 신규 채용 인원도 늘었는데 희망퇴직제가 타격받으면 국책은행처럼 인사 적체가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은행권은 전년 대비 48% 증가한 2288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실제 국책은행은 희망퇴직제가 사문화된 후 '항아리형' 인력 구조가 고질적인 인사 문제로 꼽힌다.


앞서 정부가 국책은행의 퇴직금을 지난 2015년 대폭 삭감한 후 국책은행의 임직원들이 희망퇴직이 아닌 '임금피크제'를 선택해 회사에 버티는 경우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의 경우 희망퇴직금이 삭감된 후 6여년 동안 임금피크제를 선택한 직원 수가 약 1600% 급증했다.
이에 총 임직원 수는 지난 2019년 1만3699명에서 2021년 1만4088명으로 늘어났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