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창업이 '맨땅에 헤딩'이라면 서울시가 '헬멧' 됐죠"
2023.03.24 05:01
수정 : 2023.03.24 08:41기사원문
(서울=뉴스1) 권혜정 박우영 기자 = "청년 창업이 '맨땅에 헤딩'이라면, 서울시의 '넥스트 로컬'은 헬멧의 역할을 해준달까요. 청년의 힘도 물론 필요하지만, 넥스트로컬로 인해 청년 창업가들의 아이디어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요즘 서울에서 가장 '힙'하다는 서울 성수동 카페거리에 조금은 색다른 팝업 전시가 열렸다. 바로 서울시의 지역연계형 청년 창업지원 사업 '넥스트 로컬'의 팝업이다.
성수동 OAOA에서 지난 22일 시작된 팝업전시에는 전국 팔도의 지역 특산품으로 만든 온갖 상품이 전시됐다. 전남 나주 '쪽'으로 만든 샴푸바부터, 충남 홍성의 유기농 식재료를 밀키트로 제작한 '초록코끼리', 강원 영월에서 7월 이후 상품가치가 떨어져 버리는 곤드레잎을 활용한 친환경 곤드레 클렌저 상품 '드문', 경남 진주의 실크를 활용한 반려견 의류 개발팀 '마이꼬미' 등 54개의 상품이 빽빽히 자리를 잡았다.
성수동을 찾은 시민들은 다양한 상품들에 시선을 빼앗긴 채 구경에 여념이 없었다. 전시 첫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곳을 찾은 시민들만 40~50명에 달했다. 길을 지나던 시민부터, '넥스트 로컬' 참여를 희망하는 예비 창업자, 그리고 청년 창업자를 발굴하는 투자사까지 팝업 전시장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팝업 전시를 가능케 한 주역은 바로 '넥스트 로컬'을 통해 배출된 청년 창업가들이다. '넥스트 로컬'은 서울 청년이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울시 창업사업의 브랜드명으로, 올해 4기를 배출했다. 전시에는 지난 4년간의 '서울시 넥스트 로컬' 사업에 참여한 우수기업 35팀이 참여했다.
'넥스트 로컬'을 통해 매 기수별 100팀 200명 안팎의 서울 청년들이 2개월 동안 전국 각 지역에서 창업이 가능한 분야를 조사하고, 일부 우수팀은 6개월간의 창업 교육과 사업비를 지원받았다. 최종 20팀은 실제 창업, 상품 제조와 생산, 판매까지 단계별로 지원받았다.
수년간의 고생 끝에 상품을 탄생시킨 청년 창업가들은 팝업전시 첫날 현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자신들의 애정이 듬뿍 담긴 상품들을 소개하는 데 들뜬 모습이었다.
전남 나주의 전통 천연염색 주재료 '쪽'을 활용해 샴푸바를 만든 모노무브 대표 정다솜씨는 2020~2021년 넥스트로컬 2기 참여자다. 화장품 회사에 다니며 마음 한편에 '지속가능한 화장품' 회사를 창업하고자 하는 꿈을 지녔던 그는 넥스트로컬을 통해 그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정 대표는 "넥스트 로컬에 참여해 전남 나주를 타깃 지역으로 삼고 약 두달 동안 나주에서 거의 먹고 자다시피 했다"며 "넥스트 로컬 참여 당시만 하더라도 아이템에 대한 뚜렷한 아이디어가 없었으나 지역주민들과 동고동락하며 나주의 대표 상품인 '쪽'을 찾았고, 천연 샴푸바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주 배로 와인의 일종인 페리를 만들었다는 이송미 페어리플레이 대표도 "이번 페리는 국가가 운영하는 나주 지역의 배 연구소와 논의 끝에 품종에 대한 영감을 얻어 해당 품종을 찾아 농가를 수소문한 끝에 탄생했다"며 "지역을 직접 돌아보며 미래 사업의 원동력이 될 지역의 가능성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고성의 '새싹인삼'을 알약 형태의 태블릿화한 창업가도 있다. 김하원 레알플랜트 대표는 "경남 고성의 곱배 인삼을 상품화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시작했는데 단순히 더 함량이 높은 점만으로는 타지 인삼과 가격 차이를 극복할 수 없었다"며 "'넥스트 레벨'의 지원을 받아 지역을 돌아보며 기존과 달리 인삼의 잎까지 식품화한 '새싹인삼' 기술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넥스트 로컬 지원 동안 유통기한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태블릿화에도 성공했다"며 "전혀 종잡을 수 없었던 우리 사업에 '넥스트 로컬'이 방향성을 제시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팝업 전시를 찾은 청년 창업가들은 모두 '넥스트 로컬'이 없었다면 각자의 상품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 입을 모았다. 이송미 페어리플레이 대표는 "'넥스트 로컬'의 장점은 결국 '네트워킹'으로, 지역과의 네트워크와 창업자 간의 네트워크가 큰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두 달간의 지역자원조사 기간 동안 '넥스트 로컬'을 통해 지역 기관과 인프라 등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었다"며 "전혀 일면식 없는 청년이 나홀로 뜬금없이 나섰다면 어떤 이가 받아줬겠나"라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넥스트 로컬'은 서울시 차원 사업이다 보니 지방 공공기관과 자연스러운 네트워킹이 가능했다"며 "무엇보다 4기까지 이어지면서 업계에서는 이미 '넥스트 로컬'하면 다들 알 정도의 신뢰도가 쌓였다. 바로 이 지점부터 모든 사업이 뻗어나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가 간 네트워킹에 대해서도 "다른 팀과도 어떤 식으로든 피드백과 협업이 가능하다"며 "면허상 각자의 주종만 제조할 수 있는 막걸리, 과실주 등 주류 팀끼리 컬래버를 하기도 하고 타 기수 주류 팀의 공장을 빌려 쓰기도 했다"고 전했다.
강진의 쌀과 제주도의 레몬을 가져와 막걸리를 만든 김휘은 OTOT술도가 대표도 "창업에서 가장 힘든 점은 혼자인 경우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찾아온다는 것인데, '넥스트 로컬'에서 비슷한 상황의 창업가들을 만나 의견 교환을 나눈 점이 큰 힘이 됐다"며 "고민을 나누고 해법을 공유하다 보면 혼자서는 막막했던 지점들도 풀리곤 했다"고 설명했다.
정다솜 모노무브 대표는 "서울시의 넥스트 로컬이 창업에 든든한 뒷받침이 됐다"며 "청년에게 창업이란 '맨땅에 헤딩'과도 같은데, 물론 창업가 스스로의 역량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넥스트로컬은 '맨땅에 헤딩'에서 '헬멧'과도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말했다.
26일까지 이어지는 팝업 전시는 △넥스트로컬 사업소개 △창업팀 성장 과정 △풍성한 식탁 △자연과 함께 △취향의 발견 △서울에서 만나는 로컬 총 6개 주제로 구성됐다. 현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큐알(QR)코드를 통해 해당 제품 사이트에 방문해 온라인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