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국민에게 피해 주는 KT 경영공백 장기화 바람직 않아
2023.03.24 15:22
수정 : 2023.03.24 15:22기사원문
KT의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갈수록 꼬이고 있다. 윤경림 차기 대표이사 후보가 낙점 보름 만에 스스로 물러설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24일 이사회가 간담회를 열어 만류하고 있지만 윤 후보가 사퇴 의사를 끝까지 고수하면 세 번째 차기 대표이사 선임 백지화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게 된다.
엄연히 주주가 있는 KT 대표 선임을 둘러싼 공방과 의혹은 우리나라 기업 환경이 얼마나 후진적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정부와 정치권이 민간 기업 CEO 인사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행태 탓이다. 사실상 관치 경영의 모양새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국영기업이던 KT는 2002년 민영화됐지만 역대 CEO 모두 정권 교체기마다 유사한 '수난'을 겪었다.
KT 내부의 투명한 지배구조가 작동하는지 이번 기회에 들여다봐야 한다. 주인 없는 거대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가 외부의 개입에 통로를 열어줬을 수도 있다. KT 노조는 현 이사회가 자신들의 인력 풀 안에서 무리하게 후보를 뽑아 카르텔을 형성하려 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태가 빚어졌다고 비판한다.
비정상적인 KT 사태는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마저 떨어뜨릴 수 있다. 외국인 주주와 소액주주가 윤 후보를 지지하는 데도 불구하고 또 선임에 실패한다면 기업의 대외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KT의 외국인 주주 지분은 지난해 주총 기준으로 무려 43.14%에 이른다. 정부와 정치권 입김이 KT에만 그칠 것이란 보장도 없다. KT에 이어 임기를 1년 남겨둔 포스코 회장직뿐만 아니라 다른 유사 공기업의 CEO 인선에도 관치의 망령이 부활할 수 있다.
CEO 선임 과정의 파행이 KT 경영에 미치는 결과는 최악이다. 윤 후보가 대표에 선임되더라도 정치권에 미운 털이 박힌 KT가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규제산업인 통신업 특성상 정부 및 여당과 불편한 관계로 원활한 경영을 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반대로 오는 31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 총회에서 윤 후보의 대표이사 선임의 건이 의안에서 제외되면 KT는 사실상 올 상반기까지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없다는 건 대규모 투자 및 입찰 사업이 중단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동통신업계는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속도가 워낙 빨라서 단기간의 CEO의 공백이 기업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다.
시간을 끌수록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다. KT 경영 공백이 장기화되면 결국 피해는 주주와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KT 이사회는 정부와 여당의 지적을 받아들여 CEO 선임 인력 풀을 넓히고, 정치권은 더 이상 기업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KT 흔들기를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