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사무장병원' 혐의 벗으면 요양급여 지급해야"…헌법불합치

      2023.03.29 13:25   수정 : 2023.03.29 13:2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수사 과정에서 사무장병원으로 확인된 의료기관에게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보류하는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수사 이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뒤늦게라도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헌재는 개정 전·후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의2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구 의료법 제33조 제2항 23호에 대한 심판 청구는 각하했다. 법 개정 시한은 내년 말까지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의 위헌성은 인정하나, 즉각 무효 처리할 경우 초래될 사회적 혼란 등을 감안해 헌재가 법 효력 시한을 정하는 결정이다.

사건 청구인은 A의료법인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자가 의료인이나 비영리법인 명의로 병원을 개설한, 이른바 '사무장 병원'을 운영한 혐의로 법인 대표 등이 기소됐었다.

수사당국은 이 병원이 사무장병원으로 확인됐음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통보했고, 이에 따라 요양급여 지급이 보류됐다.

심판대상 조항인 개정 전·후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의2(지급보류조항)는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청구한 요양기관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 등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로 확인한 경우 공단이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보류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구 의료법 제33조 제2항(개설금지조항)은 의사는 종합병원·병원·요양병원 또는 의원을, 치과의사는 치과병원 또는 치과의원을, 한의사는 한방병원·요양병원 또는 한의원을, 조산사는 조산원만을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불복한 A법인은 처분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과 이 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사무장병원에 요양급여 지급을 보류할 수 있도록 한 법 조항 자체는 적절하다고 봤지만, 수사 결과 아님이 밝혀지면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헌재는 "사정변경 사유가 발생해 지급보류 처분이 취소되는 경우 이와 함께 지급보류 기간 동안 의료기관의 개설자에 대해 적절하고 상당한 보상으로서의 이자 내지 지연손해금의 비율에 대해서도 규율이 필요하지만 이런 상황 등에 대한 어떤한 입법적 규율도 없다"며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이 사건 지급보류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요양기관 개설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조항이 달성하려는 공익은 사무장병원에 지급한 요양급여를 환수하지 못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해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을 도모하는 것으로, 의료기관 개설자가 입는 불이익이 공익보다 경미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헌재는 개설금지조항에 대해선 "청구인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구체적 이유를 비롯해 그밖에 의미 있는 헌법 문제를 주장하고 있지않다"며 청구를 각하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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