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기소에 '올 것이 왔다'...중대재해처벌법 논란 가열
2023.04.06 05:00
수정 : 2023.04.06 05:00기사원문
중대재해처벌법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도입 1년이 훌쩍 지났지만 애매모호한 법조문과 처벌 중심의 법안으로 여전히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업 오너가 기소되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에 대한 법원의 1호 판단이 나올 예정이어서 잡음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회장’ 중처법상 경영책임자로 '첫 기소'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31일 의정부지검 형사4부는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1월 경기 양주시 채석장 토사붕괴로 3명이 숨진 ‘중대재해법 1호’ 사건에 대한 검찰의 판단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인 건설 현장에 적용되며 법정형은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삼표그룹 회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되면 경제단체는 '올 것이 왔다'는 의견이 많다.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당시부터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지 않아 '이어령 비어령'이 될 수 있다고 경영단체는 우려감을 나타났다.
우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검찰 기소에 반발하고 있다. 경총은 "검찰이 대표이사만을 경영책임자로 특정해 기소한 것과 다르다"며 "사고 기업의 대표가 아닌 그룹 회장을 직접 중대재해처벌법 의무주체로 판단해 책임을 묻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현행 중처법상 경영책임자가 될 수 있는 자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대표이사) 또는 이에 준해 안전 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며 "회장이 그룹사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핵심사항에 대해 의사결정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나, 그룹사 개별기업의 안전보건업무를 직접 총괄하고 관리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 등 수사기관이 의무주체를 확대해석해 적용한 기소로 보인다고 우려감을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등도 경총과 입장이 비슷한다. 재계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해 1월27일 시행된 이후 상법상 대표이사 지위에 있지 아니한 ‘회장’이 기소된 것은 첫 사례"라며 "중대재해가 발생한 법인 소속이 아닌 사람에게까지 책임 범위가 확대될 수 있는지 그 구체적인 범위에 대해 논란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명확한 처벌 범위 없어 논란 지속 전망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중처벌 위반 혐의로 기소되면서 처벌 범위를 두고 논란이 이어질 듯 보인다.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전문가넷)는 “검찰이 경영책임자 판단기준을 ‘실질적, 최종적 권한’을 중심으로 판단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실질적, 최종적 권한을 행사한 경영책임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명확한 판단기준을 제시한 것이기에 향후 검찰의 수사와 기소에 있어 의미가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권영국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는 “(검찰 보도자료에 나오는) ‘실질적’ ‘최종적’ ‘의사결정권자’ 이런 표현이 주목된다”며 “직위나 명칭에 관계없이 실질적 권한을 판단한 데 매우 의미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해 전문가는 "정 회장이 기소되자 재계는 즉각 반발하며 수사기관이 의무 주체를 확대해석해 적용했다고 비판하고 있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 법원의 판단이 내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애매모호한 처벌 중심의 중처법은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법이 시행된 지 꽤 지났지만, 법조문이 애매모호하고 처벌 중심이어서 현장의 안전 불감증 개선에 도움이 안 되는 등 그 효과에 의문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며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실제로 중대재해 사망자는 지난해 256명으로 법 시행 전인 2021년 248명에 비해 오히려 늘었다.
주 원내대표는 "법 시행 1년 동안 오히려 사망자 늘어난 것은 아이러니"라며 "법안의 목적을 실현하지 못하고 기업에 과중한 부담을 안기며 산업 구조를 왜곡할 수 있다면 현장과 실패 원인을 점검해서 법안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