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해, 6개월 전부터 계획..'배후' 부부 이경우에게 7000만원 건네
2023.04.09 16:57
수정 : 2023.04.09 16:5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주범 이경우(35)가 지난해 9월 윗선으로 지목된 강남 재력가 유모·황모씨 부부로부터 착수금 명목의 7000만원을 받고 범행을 준비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유씨 부부와 이경우의 자금거래 등등이 유씨 부부의 살인교사 혐의를 뒷받침해줄 구체적 근거로 보고 있다.
■"이경우 아내 계좌로도 수천만원 반복 입금"
서울 수서경찰서는 9일 브리핑에서 "이경우는 지난해 9월 유모·황모씨 부부에게 피해자 A씨를 납치 살해하겠다는 취지의 계획을 제안한 뒤, 범행 자금 명목으로 7000만원을 받고 6개월 간 범행을 준비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모·황모씨 부부를 이번 사건 본범으로 판단하는 근거에 대해 "실제 이 시점에 부인 황씨의 계좌에서 7000만원이 현금으로 인출됐으며 같은 해 9월경 이경우의 부인 계좌로도 수천만원이 반복적으로 입금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편 유씨가 이경우와 호텔에서 피해자의 휴대폰 내 코인 소유 여부 등을 조회 시도를 한 사실 등을 봤을 때 공범으로 볼만한 진술, 증거가 확보됐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이경우의 아내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면서 이번 사건 피의자는 총 7명으로 늘어났다. 이경우, 황대한, 연지호 등 3인조는 강도살인 및 사체유기,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 공범 20대 이모씨는 강도예비 혐의로 이날 구속 송치됐다. 재력가 남편 유씨는 강도살인 교사 혐의로 구속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날 부인 황씨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유씨 부부 납치 살해에 동의"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A씨와 유모·황모 부부의 악연은 2020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모 부부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A씨의 권유로 P코인에 1억원 상당을 투자한 뒤 홍보,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이듬해 1월부터 P코인 가격이 폭락하자 A씨 등 투자자들은 유모·황모 부부가 시세조종에 가담했다고 주장하며 그해 3월 호텔에 숙박 중이던 유모·황모 부부를 찾아가 수억원의 가상자산을 갈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으로 부부는 살해 피해자 A씨가 '호텔 협박' 사건의 배후라고 여기게 됐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이후 부부와 피해자는 민·형사 소송으로 얽히게 됐다.
경찰은 "당시 호텔 침입 사건에 가담했던 이경우는 2021년 9월경 유모 부부를 찾아가 용서를 구했다"며 "오히려 피해자의 소송 정보 등을 알아내 유모 부부에게 알려주는 등 신뢰를 쌓았다"고 밝혔다.
이경우는 2022년 7월경 대학 동창인 황대한에게 접근해 '피해자를 납치한 후 코인을 빼앗고 코인의 현금 세탁을 유모 부부에게 부탁해보자'며 공모했고, 이러한 계획을 부부에게 제안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유모 부부가 '본인들이 코인을 옮기는 걸 돕고 현금 세탁까지 도와주겠다'며 사실상 피해자와 피해자 남편을 납치해 살해하는 것에 동의했다"며 "이들 부부는 이경우에게 범행 자금으로 착수금 2000만원 등 7000만원을 건넸고, 이경우는 이중 황대한에게 1320여만원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착수금 명목을 받은 뒤 6개월간 이경우는 마취용 주사기, 청 테이프, 케이블 타이 등 범행 도구를 준비했고, 황대한은 대포폰 구매 등 범행을 함께할 공범 연지호와 20대 이모씨 등을 끌어들여 피해자와 피해자 남편을 미행한 끝에 지난달 29일 납치·살해를 실행에 옮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A씨를 납치한 황대한과 연지호가 피해자의 휴대폰과 가방 등을 빼앗은 뒤 용인시 소재에서 이경우를 만나 그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경우는 용인시 호텔에서 남편 유씨를 만나 전달받은 피해자 휴대전화로 코인 계좌 등을 확인했으나 실패했다"며 "코인을 소지한 흔적이 없다고 판단되자 처음 공모한대로 피해자를 살해 후 대청댐 부근에 매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황씨의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대로 유모·황모 부부에 대한 신상공개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