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청년 "70시간 일해도, 연차 못 써도 돈 못 받아" 당정 포괄임금제 보완책 마련키로
2023.04.13 16:25
수정 : 2023.04.13 16:2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정부·여당이 13일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청년들과 만나 '주69시간제'와 관련해 의견 청취에 나섰다. 청년들은 주로 포괄임금제의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초과 수당과 연차 보장 등을 강조했다. 정부·여당은 오는 19일 이와 관련해 보완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이날 서울 구로구에 있는 한 카페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내일을 위한 두 번째 이야기' 간담회를 진행했다. 지난달 24일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와 치맥 간담회를 가진 후 두 번째 당·정·대 현장 행보다.
앞선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개편안 발표에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이날 간담회에는 김병민 최고위원과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 중소벤처기업부와 대통령실 청년 TF 관계자가 참석했다.
중소기업 청년들의 불안과 불만
"52시간제도 기본이 안지켜지는데.."
"52시간제도 기본이 안지켜지는데.."
이날 중소기업 청년 근로자들은 포괄임금제로 인해 초과 근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사용하지 못한 연차를 수당으로 받지 못하는 문제도 지적했다.
특히 제조업 분야 특수성에 따라 주69시간 근무를 가능토록 하는 방안 자체에 대해선 긍정적이나, 초과 수당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군수물품업체의 생산관리팀장 김지호씨는 "계약이 많을 경우 3개월 이내에 집중 생산·납품해야 해서 우리는 주69시간으로 늘어나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이지 않다"면서도 "일한 만큼 돈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주변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주70시간을 일해도 돈을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은 남은 연차가 있으면 (수당으로) 보상해 주지만 중소기업은 연차를 못 쓰면 넘어가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렇다고 자유롭게 연차를 쓸 수 있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52시간제를 시행해도 이런 것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느껴지는데 주69제로 넘어가면 과연 신뢰감 있게 지켜질 수 있겠냐는 의문이 든다"며 "좋은 취지일 수는 있으나 많이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IT 스타트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김마리나씨는 "앱 출시가 다가오면 초과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포괄임금제 문제가 해결되면 불만이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의류업계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이수진씨도 연차휴가사용촉진제를 언급하면서 "날짜를 겹치지 않도록 연차를 쓰고 있는데, 맞춰 쓰지 않을 경우 임금으로 돌려 받을 수 없다"며 "바쁜 시기에는 연차를 못 쓰고 미루는데 그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장 위원은 "기업 문화가 좋은 곳들만 열심히 일한 사람이 쉴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으로 (좋은 문화가) 퍼져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간담회 중간에 깜짝 방문해 주69시간제 보완책 마련에 대한 당의 의지를 강조했다. 김 대표는 "공급자 차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 차원에서 청년 목소리를 듣고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오늘 말씀을 들으려고 왔다"고 말했다.
이어 "당에서 다양한 청년의 목소리를 듣는 채널을 만들려고 한다"며 정책위 부의장과 정책조정위원회 위원장에 청년들을 대거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당정 "충분히 일한만큼 보상" 방안 추진
정부·여당은 다가오는 근로제도 개편안 입법 예고 기한(17일) 이후에도 현장 소통을 이어나가며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비공개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가장 중요한 건 충분히 일한만큼 보상 받을 수 있는 신뢰가 쌓여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은 오는 19일 당정협의회를 열고 '임금체불 근절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장 위원은 "초과수당을 못 받는 문제나 임금체불, 공짜 야근 등 표괄임금제의 부작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했다. 또 포괄임금제 오남용 사업장에 대한 1차 감독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4월 말에서 5월 초에 발표하기로 했다. 아울러 근로시간 개편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5월 중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전화를 통해 비공개 자리에서 "노조가 없는 회사에서도 불이익이나 부조리한 사례를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중소기업 권익 신고 센터'를 고용노동부와 협의해서 전국 지자체에 다양하게 확대 설치하겠다. 노조가 보호하지 못하는 중소기업 청년 근로자들도 정부가 앞장서서 보호하고 입장을 듣는 창구를 열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