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vs 외화...'초단기적금' 향한 은행권 온도차, 왜?
2023.04.16 14:48
수정 : 2023.04.17 09:4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시중 은행들이 만기를 최소 1개월로 줄인 '초단기 적금'은 관련 규정 완화 즉시 속속 내고 있지만 함께 취급이 가능해진 '초단기 외화적금' 출시는 아직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화적금과 달리 외화적금은 만기 단축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그 주된 이유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만기를 1개월로 단축한 초단기 외화적금을 판매할 수 있다.
한은은 "원화 정기적금의 최단만기가 종전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될 예정임에 따라 이에 맞춰 2%의 동일한 지준율이 적용되는 외화 정기적금의 만기를 조정하기 위해"라며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기존 외화적금의 최단만기는 6개월이었다.
앞서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은 '금융기관 여수신이율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최소 6개월이던 정기적금 만기를 1개월부터로 줄인 바 있다. 27년만의 규정 완화 배경에는 은행권의 적극적인 요구가 있었다. 불확실한 경기 탓에 시중에 대기성 자금이 늘고 있는 데다가 단기 납입을 선호하는 젊은층의 수요를 공략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유예기간을 거쳐 이달부터 만기 한달짜리 초단기 적금 판매가 가능해짐에 따라 은행들은 줄줄이 관련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케이뱅크가 가장 먼저 '코드K 자유적금'가입 기간에 1개월과 3개월을 추가했고 이어 하나은행의 '하나 타이밍 적금', IBK기업은행의 'IBK디데이 적금', KB국민은행의 'KB 특별한 적금' 등이 출시되거나 만기를 단축했다. 높은 금리뿐 아니라 각종 이벤트까지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반면 초단기 외화적금 출시는 아직 소극적인 모습이다. 이달부터 판매할 수 있게 됐지만 초단기 외화적금을 내놓은 은행은 아직 없다. 복수의 시중은행 관계자는 "초단기 외화적금 출시는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과연 수요가 많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관련 개정안 통과 당시에도 지적됐던 문제다.
당시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위원은 "외화 정기적금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낮은 수요를 감안할 때 금번 만기 조정이 금융기관의 외화수신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외화지준 및 외환보유액 변동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실제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의 외화예금 잔액은 원화예금 대비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근 환율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 속에서도 외화예금 잔액은 지난 1월 기준 138조9110억원으로 원화예금 잔액(1905조4001억원)을 크게 하회했다.
특히 전체 외화예금에서 정기적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외화적금을 드는 경우는 여행을 위해 목돈을 모아야 하거나 혹은 정기적으로 유학생에게 돈을 송금해야 하는 경우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외화 투자의 경우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예·적금보다는 시장 상황에 따라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수시입출금 통장 등이 우위를 가진다는 설명이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