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돈 봉투' 전당대회 의혹 낱낱이 밝혀야
2023.04.16 18:00
수정 : 2023.04.16 18:00기사원문
검찰은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과 이성만 의원,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전 민주당 대전동구 지구당 위원장·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 등 9명의 자택과 사무실 등 20곳을 지난 12일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들이 송영길 전 대표를 도운 후보 캠프 핵심 관계자들이며, 국회의원 10여명에게 모두 9400만원이 든 돈봉투를 살포한 혐의를 두고 있다.
이번 수사는 10억원 넘는 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폰에 담긴 통화 녹음파일 3만개 중 일부에서 촉발됐다.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가 "봉투 10개가 준비됐으니 윤 의원에게 전달해달라"고 말한 녹음파일 등이 증거물로 제시됐다.
민주당 지도부가 떠밀리듯 자체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한 것은 당 안팎의 여론이 워낙 흉흉하기 때문이다. 당대표 경선에서 금품·향응 등 일체의 매수행위를 금지한 정당법 위반에 해당하는 사안인 데다 총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게이트급 악재'라는 게 당내 지적이다. 권리당원만 이용할 수 있는 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진상조사와 관련자 제명조치를 촉구하는 글이 쏟아졌다.
금품을 살포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 파장이 간단치 않다. 수사 결과에 따라 민주당 의원 다수가 형사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관련자들이 검찰의 국면전환용 기획수사 의도라고 비판하지만 그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은 없다. 통화 녹음파일이 존재하는 만큼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민주주의의 핵심인 정당정치의 근간을 흔들고, 경선 자체의 정당성을 훼손시킨 사례이다.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의 2008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검찰은 사건을 질질 끈다든지 흐지부지해선 안 된다. 신속하게 사건의 전모를 밝혀 의혹을 풀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