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스즈메의 문단속’의 주거침입죄

      2023.04.24 13:45   수정 : 2023.04.24 13:45기사원문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감독 신카이 마코토)은 2022년 3월 11일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을 모티브로 한 일본 에니메이션입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폐허 장소는 모두 지진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했던 곳입니다.일본 규슈의 한적한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 스즈메는 지진을 막기 위해서 폐허가 된 장소로 가서 문을 닫습니다.

이처럼 방치되어 폐허가 된 장소의 건물 등에 들어가는 것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할까요?주거침입죄는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하면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주거침입죄는 사실상의 주거 평온을 보호하기 위하여 규정한 것으로서 일상생활에서 흔히 발생하는 범죄 중 하나입니다.
주거는 사람이 먹고 자고 생활하는 장소를 의미하며 계속적 사용뿐만 아니라 일시적 사용도 포함됩니다. 주거의 설비, 구조를 불문하고 주거 자체를 위한 건물 이외의 부속물도 주거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면, 일정 기간만 머무는 별장, 호텔 객실, 텐트, 캠핑카뿐만 아니라 토굴도 거주하면 주거에 포함됩니다. 주거는 가옥 자체만 말하지 않고 담장 안쪽의 정원, 담장과 방 사이의 통로, 공동주택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계단, 복도, 엘리베이터 등도 주거에 포함됩니다.주거는 사람이 현존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 소유나 점유의 적법, 부적법도 불문합니다. 즉, 빈집에 무단으로 들어가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고, 임대차 기간이 종료하였으나 아직 명도하지 않은 임차인의 집에 임대인이 무단으로 들어가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합니다.관리는 사람이 사실상 지배, 보존하는 것으로서 타인의 침입을 방지할 만한 인적, 물적 설비를 갖춘 것을 말합니다. 반드시 출입이 불가능 또는 곤란하게 할 정도의 설비일 필요는 없으나 단순한 출입금지의 표시만으로는 관리라고 보기 어렵습니다.건조물이란 벽, 기둥, 지붕으로 구성된 구조물로서 사람이 기거하거나 출입할 수 있는 장소를 말하며 반드시 영구적인 구조물일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면, 공장, 학교, 병원, 극장, 상가건물, 230㎝x110㎝ 정도 되는 알루미늄 새시 구조물(담뱃가게), 골리앗 크레인 등을 말합니다.
침입은 주거자 등의 의사에 반하여 주거 등에 들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평소 출입이 허용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관리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하여 주거에 들어가면 침입에 해당합니다.예를 들면, 회사의 직원이 절도 목적으로 출입이 자유롭던 사무실을 들어간 경우, 대리 시험 목적으로 시험장에 들어간 경우 등은 침입에 해당합니다. 일반적으로 출입이 허용된 장소인 백화점, 호텔, 상가건물, 식당도 절도, 도청 등의 범죄 목적으로 들어가면 침입이 됩니다.스즈메가 폐허가 된 장소에 들어간 것은 주거침입죄가 성립되지 않을 것입니다. 폐허가 된 장소 입구 쪽에는 출입금지 푯말이 있지만 관리되지 않는 곳입니다.
또한, 폐허가 되어 기둥과 벽은 남아 있더라도 지붕이 없어 건조물로 보기도 어렵습니다.작품은 재난을 막기 위해 열린 문을 닫으러 다니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공간과 공간을 분리, 연결하는 문을 열고 물리적 공간에 침입하면 주거침입죄가 성립될 수 있지만 심리적, 정신적 문을 열면 새로운 도전이 되고 또 다른 차원의 세계를 만날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사진=‘스즈메의 문단속’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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