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숨 돌린 영끌족 못 반기는 무주택자들..."더 떨어져야"

      2023.05.04 05:00   수정 : 2023.05.04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주춤하면서 '영끌족'들이 한숨이 잦아들고 있다. 금리인상 기조도 마무리되는 모양새여서 안도하는 분위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이를 바라보는 무주택자들의 마음은 그리 편치 않다.

'또 가격이 상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집값 하락의 둔화세는 뚜렷하다. 2월 초 0.49%에 달했던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폭은 4월 넷째 주(24일 기준)에는 0.11%으로 낙폭이 크게 줄었다.

고금리발 주택 시장 조정 국면이 시작된 후 쭉 내리막을 걸었던 강북지역마저도 첫 반등에 성공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마지막 주 노원구 아파트 가격은 전주대비 0.04% 올랐다.
2022년 5월 이후 1년4개월만의 반등이다. 서울 강남구(0.02%)를 비롯해 세종특별자치시(0.24%), 경기 수원 영통구(0.06%) 등 증가세로 전환한 지역도 생겨나고 있다.

3.5%의 고금리가 유지되고 있지만 늘어난 이자부담이 여론만큼 체감되지 않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전 저금리시기 주택담보대출의 DSR은 40% 수준으로, 실제로 '영끌'이 가능했던 사람들의 소득이 그만큼 탄탄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고금리를 소화해내는 동시에 긴축기조가 동결로 유지되며 아껴뒀던 소비여력도 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세종 한뜰마을2단지 인근의 공인중개사는 올해 초 집값 폭락 시기 "9억~10억원까지 갔던 79.33㎡(24평) 아파트가 7억~8억원까지 떨어졌다"면서도 "그래도 6억원대 매물이 나오면 하루 안에 누군가 반드시 사갔다"며 하방 압력을 상쇄하는 매수세가 존재했다고 전했다.

무주택자로 남은 사람들에게는 이런 반등 시그널이 반갑지 않다. 아직 폭등 이전 수준의 집값에 가까워지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오름세를 타는 것이 마치 매수기회의 박탈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선행지표가 약 3개월의 시차를 가지는데, 선행지표는 다시 증가세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집값 반등이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직 대다수의 서민들에게 집값이 높게 체감되는 시점에서 하락이 멈춘다면, 하락한 주택이 기존의 부유층에게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석 교수는 "높은 집값으로 인한 박탈감이 오히려 자본이 적은 계층에 무리한 '빚투'를 조장하고, 새롭게 빈곤층에 편입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주택 유무에 따른 양극화가 고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름세가 자연스러운 반등이 아닌 연착륙을 명분으로 정부 주도 아래 이뤄지는 것 역시 무주택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서민 부담 완화를 이유로 동결한 기준금리에, 대출 금리도 따라서 4개월 연속 하락했다.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규제 완화책까지 더해지며, "그냥 뒀으면 자연스럽게 떨어질 가격을 정부가 억지로 올린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30일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아파트 매입자 연령대별 현황에 따르면 1·4분기 전국 아파트 거래 8만8104건 가운데 26.5%에 이르는 2만3431건은 30대였다. 조사를 시작한 2019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다시 집값이 오르면 살 기회조차 없다"는 두려움에, 하락세가 유지되는 동안 매수하겠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셈이다.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다시 상승세에 들어서는 것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단기적인 폭락을 반등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오히려 무주택자들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모양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서도 고금리의 여파로 주택 건설이 크게 줄어들며 추후 '공급대란'으로 인한 가격인상 우려가 제기됐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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