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용수 공익성에 공정한 보상을

      2023.05.03 18:18   수정 : 2023.05.09 10:28기사원문
광주·전남지역은 1973년 이후 5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지난 4일 반가운 단비가 내렸으나 가뭄이 해갈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진 가뭄에 제한급수, 운반급수, 해수 담수화 등의 비상급수 조치들이 시행되고 있으나 대상지역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도서지역의 가뭄은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올해 전남 신안군 비금도는 생활용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대저수지로부터 용수를 공급받았다. 이와 같이 농업용 저수지로부터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사례에서 농업용수의 다양한 공익적 기능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농업용수는 식량생산이라는 본연의 기능 이외에도 홍수조절, 경관보전, 환경보전, 생활·공업용수 공급, 지역사회 유지, 전통문화 계승 등의 다양한 공익적 기능이 있다. 이러한 농촌용수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 정도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판단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농촌에 대한 2022년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서 도시민 조사 결과 농촌이 가진 다양한 기능 중 '국토 보존 및 자연경관 제공'(86.5%), '전통 문화유산 보전 및 계승'(84.5%), '여가·휴가·체험활동 공간 제공'(84.4%) 순으로 중요하다고 응답한 결과에서 추측할 수 있다.

이런 국민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농업용수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농업용수보다 넓은 범위인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평가한 연구는 존재하는데, 농촌진흥청은 2006년 67조6632억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8년 27조8993억원으로 평가했다. 이러한 평가 결과는 연구기관마다 공익적 기능에 대한 측정기준이 달라 신뢰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농업용수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측정기준을 바로 세우고 제대로 정량적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다음으로 신뢰성 높은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농업용수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적절한 가치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농업용수를 생활용수나 공업용수와 같은 타용도 이용시 지금은 농업용수 공급량 대비 쌀 생산량만을 고려해 공급 단가가 책정되지만, 농업용수의 식량 생산 기능 이외에 기후순화, 대기정화와 같은 조절기능, 수생태 조성등과 같은 사회, 문화기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서 정의하는 `농업·농촌의 공익기능`은 농업용수를 공급하며 발생되는 기능을 의미한다. 농업과 농촌이 사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향후 농업용수에 대한 대국민 인식도 향상과 제대로된 가치평가를 통해 적절한 타용도 이용 단가가 책정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농업용수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가치향상 방안으로 농업생산기반시설 유지관리 및 개보수 사업의 예산 확대를 검토할 수 있다. 수리시설 유지관리 국고보조금은 10년 동안 약 150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어 예산 부족으로 인해 노후 수리시설이 방치되고 있다. 농업생산기반시설의 유지관리 및 개보수 사업의 경제성 분석에서 식량생산 기능에 농업용수의 공익적 기능을 포함시킨다면 편익 증가로 인해 사업 타당성 확보 및 예산 확대의 근거가 될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농촌에 대한 2022년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시민 응답자의 65.7%가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유지·보전하기 위한 추가 세금 부담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는 농업·농촌 공익적 기능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잘 형성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농업용수의 공익적 기능에 대하여 적절한 가치평가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이은만 (사)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회장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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