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재개되는 고래축제·소싸움대회.."동물보호가 우선?" vs "볼거리가 먼저?"
2023.05.16 06:00
수정 : 2023.05.16 15:2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코로나 엔데믹 이후 속속 재개되는 동물관련 축제 '눈살'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속속 재개되고 있는 전국 지역축제들이 '동물권 보호'라는 시대적 가치를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단순히 놀거리, 볼거리 축제 성격에서 벗어나 지역 축제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동물보호와 동물복지라는 가치를 동시에 충족하는 묘안을 짜낼 시점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5일 전국 지방자치단체 및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엔데믹으로 다양한 대중이용시설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대부분 해제되면서 그동안 잔뜩 움츠려들었던 지역 죽제가 하나둘씩 재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일부 지역 축제의 경우 특정 동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시민단체 등에서 동물학대나 동물보호에 역행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고래축제 "고래생태 이해없는 볼거리 전락" 주장
지난 14일까지 울산광역시에서 열린 '울산 고래 축제'의 경우 대표적인 지역 축제 중 하나다.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최근 울산 남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래 축제의 반생태적 행태를 규탄한다"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이들 단체는 이번 축제의 구성 역시 고래 점프쇼·고래 노래방·고래 열기구 체험 등 고래의 생태와는 전혀 상관 없는 내용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고래를 축제 홍보물로써 착취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이용만 했을 뿐 고래의 생태를 이해하고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밍크고래의 보호종 지정 △혼획 고래류의 유통 및 판매 금지 △고래 생태 및 보호 축제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게다가 지난해 방영된 인기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등에 고래 보호에 관한 줄거리가 대중들에게 깊이 각인되면서 고래 보호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전국 바다에서는 매년 수백 마리의 고래류가 혼획과 불법포획으로 멸종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포획한 고래를 시중에 유통한 것은 금지됐지만 혼획으로 잡은 고래는 유통이 가능해 의도적이거나 고의성이 다분한 혼획이 빈번한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만 867마리의 고래류가 혼획된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밍크고래의 경우 작년에만 60마리가 잡혔으며, 그 중 42마리는 경상도 지역이었다. 밍크고래는 세계적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있지만 우리나라는 제외돼 있다.
소싸움대회도 '민속경기용 제외' 동물보호법 8조가 동물학대 부추겨..온라인 사설도박 허용?
또 다른 유명한 지역 축제로 부상한 '소싸움 대회' 역시 동물권 침해 논란이 거센 축제 중 하나다.
시민단체에선 동물보호법 제8조에 의하면, '도박·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학대'라고 명시하고 있어 소싸움은 명백한 동물학대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다만,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라는 예외 규정 때문에 전국 11개 지자체에서 소싸움대회가 아무런 제재없이 열리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정치권에서 소싸움 대회의 우권 발행을 법으로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한 논란도 확산중이다.
지난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상정된 법안들 중 '전통 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개정안'은 소싸움 경기에서 사용되는 우권(소싸움 도박에서 승리하는 소를 예상해 베팅하는 표)을 온라인으로도 발매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두는 것을 골자로 한다.
만약 이 법안이 본회의를 최종 통과돼 온라인 우권 발매가 가능해지면 소싸움 경기는 관중없이 치러지고, 이를 온라인으로 중계하는 것을 보고 금액을 베팅할 수 있게 돼 사실상 온라인 도박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 "지역축제 취지와 동물권보호 공존하는 묘안 절실"
일단 일부 시민단체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법안 심사는 보류됐지만 관련 단체들은 법안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녹색당 등은 이날 논평을 내고 "전통문화라던 소싸움역시 도박판으로 변질시키고 더 나아가 온라인을 통해 전국으로 확대시키자는 것"이라며 "동물보호법 8조 예외조항을 삭제하고 소싸움 대회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농가 피해가 예상된다면, 일몰제 도입을 통해 농가에게 대비할 시간을 제공하고, 폐업 농가에게는 적극적 보상을 통한 대책마련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지난 1월 3년만에 성황리에 개최된 산천어 축제를 두고도 동물학대라는 비판이 나왔다.
축제 기간 동안 산천어 100만마리 이상이 죽은 것으로 알려져 이를두고 "동물의 극심한 고통과 죽음의 순간이 재미로 소비해 아이들에게 비교육적이며 생명 경시를 가르치는 비윤리적 축제"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앞으로도 동물관련 지역 축제에 대한 동물학대 및 동물복지 보장 논란이 지속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의 한주현 변호사는 기자와 통화에서 "문제는 동물을 테마로 한 축제들이 동물을 소비하고 죽이는 것도 거리낌 없는 운영방식"이라며 "달라진 사회풍토와 동물보호법이 이야기하는 취지에 맞춰 동물권을 보호하고 지역 문화와 공존할 수 있는 축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