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이 염증을 감지하고 약물도 전달한다
2023.05.17 05:00
수정 : 2023.05.17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미 연구진이 염증을 감지하거나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수술실을 개발했다.
이 수술실은 피부를 꿰매는 것보다 몸 속 장기 등을 수술한 뒤 봉합할때 염증 유무를 확인하는데 사용할 수 있으며, 수술부위를 더 빨리 아물 수 있도록 약물을 전달할 수도 있다. 또 이 수술실을 이용해 수술 부위에 줄기 세포와 같은 치료 세포를 전달할 수도 있다.
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이정승 교수와 미국 캔사스대 김현준 교수, MIT 기계공학과 지오바니 트래버소 교수가 공동연구해 '스마트 수술실'을 개발하고 재료분야 국제 학술지 '매터(Matter)'에 17일(한국시간) 발표했다. 트래버소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미국 방문중 MIT 디지털바이오 석학과의 대화에 참여한 과학자이다.
수술에 가장 많이 쓰이는 의료제품 중 하나인 수술실은 잘 소독된 콜라겐 가닥으로 만들어 90일 이내 몸 속에 스며들게 만든다. 이정승 교수는 "의료진이 몸 속 수술 부위를 봉합하고 나면 내부에서 염증이 생기는 것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이 스마트 수술실 개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우선 염증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탈세포화된 돼지 조직으로 수술실을 만들었다.
이 수술실은 기원전부터 유래됐던 가축의 장을 말리고 꼬아 만든 '장선'보다도 인장강도가 우수했으며, 꿰맨 부위의 면역반응이 훨씬 적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새로운 수술실이 꿰맨 부위의 염증 여부를 알아낼 수 있도록 바이오 센서로 작용하는 물질을 만들었다. 'MMP'라 불리는 염증 관련 효소가 조직에 존재할때 미세입자로 된 형광물질이 소변으로 방출되도록 수술실 위에 하이드로젤을 코팅했다.
연구진은 이 수술실로 돼지의 장을 꿰매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결과 염증이 있는 돼지는 소변에서 형광물질이 발견됐으며, 정상적인 돼지에게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수술실을 염증에 반응해 형광물질이 나올 수 있다면 형광물질 대신 염증을 치료하는 약물도 여기에 담아낼 수 있겠다는 가정하에 추가로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수술부위가 빨리 아물게 하는 약물을 담아내거나 통증을 줄여주는 약물을 넣어 일주일간 서서히 방출하도록 만들었다. 그는 "이 수술실이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바이오 센서 역할을 할 수도 있으며, 다양한 약물을 전달하는 플랫폼 역할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