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계약정원제'로 첨단분야 인재 양성…수도권 쏠림 우려는 여전
2023.05.23 12:31
수정 : 2023.05.23 12:3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교육부가 첨단분야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계약학과 제도를 개선한다. 별도의 계약학과를 설치하지 않고 기존 학과에서도 산업체 채용 예정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이러한 제도개선의 효과는 주요 기업들이 선호하는 수도권 대학에게 집중돼 비수도권 대학과의 '양극화'가 심화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는 '산학협력법 시행령', '계약학과 설치·운영 규정' 등 계약학과 제도를 개선한다고 23일 밝혔다. 계약학과 제도는 산업체가 대학과 협약을 맺고 해당 학과 졸업생의 취업을 보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서는 별도의 계약학과를 설치하지 않아도 기존 일반학과 정원의 20% 이내를 계약정원으로 추가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첨단분야 산업체의 채용예정 인재를 양성하는 경우에만 적용한다.
교육부는 첨단 분야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의 정원외 선발을 입학정원의 '20% 이내'에서 '50% 이내'로 확대하기도 했다.
산업체의 운영경비 부담비율은 비수도권대에 한해서 50% 미만을 부담할 수 있도록 개선된다. 비수도권 대학에게는 대학이 산업체와 직선거리로 50㎞ 내에 있어야 한다는 규제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첨단분야 인재 양성에 보다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구연희 교육부 지역인재정책관은 "이번 제도 개선으로 계약학과가 기업 맞춤 인력양성에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활발하게 작동돼, 국가 성장동력이 될 인재가 신속하게 양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를 통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간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비수도권 대학에 보다 제도를 완화한 부분이 있지만, 주요 기업들의 수요가 수도권 대학에 쏠릴 거라는 우려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비수도권 소재 한 대학 총장은 "주요 기업들이 채용예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비수도권까지 눈을 돌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라며 "지방대 입장에선 중소기업과 계약학과를 만들게 되는데, 이는 학생들에게 외면받기 일쑤"라고 한숨을 쉬었다.
또다른 비수도권 소재 대학 관계자는 "산업체의 운영경비 비율을 조금 줄여준다고 해서 지방대에 효과가 있을 거라고 보지 않는다"라며 "지방대를 살릴 생각이 있었으면 수도권은 묶어 두고 지방대에만 제도를 완화했어야 했다. 결국 수도권을 위한 정책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앞서 2024학년도 일반 4년제 대학의 첨단분야 정원 조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수도권 정원은 817명, 비수도권은 1012명 증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조정 결과를 두고 교육계 안팎에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양극화가 심화될 거라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지난 2일 7개 권역 대학교 총장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 간의 불균형이 있는 상황에서 지역과 관계없이 정원 증원을 할 경우 수도권으로의 인재 유출이 심해지고 비수도권 대학은 심각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