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황혼궤도까지 소형위성 2호 배달" 특명 안고 우주로
2023.05.23 18:36
수정 : 2023.05.23 18:45기사원문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실용급 위성을 품고 발사대에 세워졌다.
3차 발사는 지난 두 차례 시험발사와 달리 실전발사이며 여명·황혼궤도 투입, 기업으로 기술이전 등에서 차이가 있다. 이번 3차 발사도 2차 때와 마찬가지로 연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3일 오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체 종합 조립동에서 누리호를 무인특수이동차량에 실어 발사대로 옮겨 세운 뒤 발사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4일 오후 누리호 발사관리위원회를 마지막으로 열고 기상 및 발사 준비상황을 점검한 뒤 발사시각을 최종 확정한다.
■발사 후 20초 간격으로 위성 분리
누리호의 세번째 비행은 인공위성 고객을 모시고 우주로 배달한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위성을 고도 550㎞의 여명·황혼 궤도로 넣기 위해 발사시간도 2차 발사 때보다 늦고 더 낮은 고도로 발사한다. 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기술진이 함께해 기술이전이 시작되는 점들이 새롭다.
누리호 3차 발사 예정시간은 오후 6시24분. 발사시간이 늦어진 이유는 주 탑재위성 '차세대 소형위성 2호'가 원하는 여명·황혼궤도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 장태성 사업단장은 "위성의 주 장비인 영상레이더가 2.5㎾까지 전력을 많이 써 전력을 바로 충전할 수 있는 궤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여명·황혼궤도는 태양과 궤도면의 각도가 약 90도여서 지구 그림자에 가려지지 않고 항상 태양을 보면서 태양전지를 가동시킬 수 있다.
또 위성 분리방법도 다르다. 지난 2차에서 큐브위성들은 성능검증위성이 품고 올라가 궤도에 투입시켰다. 이번엔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분리한 뒤 누리호 3단에서 20초 간격으로 직접 7개의 큐브위성을 내보낸다. 항공우주연구원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누리호에서 직접 사출하는 방식 역시 한번도 해보지 않은 작업"이라며 "큐브위성들이 서로 부딪치지 않게 자세를 바꿔주면서 순차적으로 사출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사는 발사체 기술 민간이전을 통한 발사체 산업 생태계 조성의 출발점이다. 앞으로 4~6차 발사에서는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참여범위가 점점 확대돼 향후 기업이 우주수송에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다.
■지상풍과 고층풍이 발사 '좌우'
누리호가 두차례 시험발사 경험이 있었지만 발사에 문제가 생길 여지는 많다. 기상이변이나 37만개에 달하는 발사체 본체 부품에 기계적 고장이 없어야 한다.
15층 건물 높이의 누리호가 안정적으로 이륙하고 정확하게 비행제어를 하기 위해서는 바람이 중요한 변수다. 항공우주연구원 장영순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 책임연구원은 "발사 결정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인은 비보다 지상풍과 고층풍"이라고 설명했다.
고층풍은 변동이 심해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21m 이상일 경우 누리호가 기울어진 방향으로 발사될 수 있어 일정이 연기된다. 또 누리호의 전자부품에 손상을 입을 수 있는 낙뢰를 피해야 한다. 낙뢰로 누리호가 전기적 손상을 입으면 오작동이나 통신방해가 일어날 수 있다.
실제 2021년 1차 발사 때는 당일 누리호 내부에 있는 밸브 이상신호로 인해 직접 인력을 투입하는 등의 작업으로 발사가 1시간 지연되기도 했다. 또 지난해 2차 발사 때도 날씨로 하루 연기한 뒤 1단 산화제탱크 내부센서에 이상이 생겨 일주일 뒤에 발사했다.
한편 우주발사체는 언제나 실패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미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뱅가드는 총 11회 반복발사 중 8차례나 발사에 실패했다. 또 스페이스X의 팰컨9은 2010년 첫 발사 성공 이후 2012년 부분 실패, 2015년 발사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