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대출건전성 지표 흔들… 저신용자부터 밀어낸다

      2023.05.24 18:24   수정 : 2023.05.25 10:18기사원문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과 긴축 종료 기대감에 시장금리가 떨어지고 있으나 저축은행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오히려 대출문턱을 높이고 있다. 올 1·4분기 영업 악화에 연체율까지 급증한 상태에서 2·4분기에도 대출건전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되자 본격적인 관리에 착수한 것이다.

■신용점수 600점 이하 저신용자 외면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 중 3억원 이상 신용대출 취급한 저축은행 31개 곳 중 신용점수 600점 이하에게 대출 내주지 않은 곳은 11곳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1월부터 3월까지 10곳이었으나 지난달 1곳 늘어났다. 나머지 20곳 중에서도 개인회생, 신용회복을 진행 중이거나 파산절차의 면책결정이 확정된 사람에게만 실행되는 특수 신용대출을 제외하면 600점 이하 대출 비중이 전체 대출의 4.09%에 불과했다.
지난 1월 취급 비중(6.81%)보다 2.72%p 줄었다.

서민 정책금융 상품인 '햇살론'도 상황은 비슷하다. 정부가 재원을 출연하는 햇살론은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이거나 신용점수가 하위 20%에 해당하면서 연 소득 4500만원 이하인 저소득층의 소액 마련을 위해 만들어진 정책금융상품이다. 그러나 SBI, OK, 웰컴 등 주요 저축은행의 지난달 취급한 햇살론 평균 금리는 전년 동월(8.76%~9.27%) 대비 2%p 가까이 상승한 10.64%~10.97%를 기록하며 당국의 햇살론 금리 상한선(11.5%)을 위협하고 있다.

법정최고금리 상한선에 가까운 초고금리 대출 비중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대별 평균 취급비중에서 연 이자가 18%를 넘는 비율은 28.3%에 달했다. 전년 동월 대비 8.9%p, 전달 대비 0.6%p 늘어난 수치다. 반면 저금리 대출 비중은 크게 줄어 연 12% 이하 대출 금리 비중은 전월 5.9%에서 지난달 4.6%까지 떨어졌다.

■저축은행 "하반기 나아질 것"

이같이 저축은행 업계가 대출문턱을 높이는 이유는 올해 1·4분기 영업 적자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대형 저축은행 중 처음으로 1·4분기 실적을 내놓은 상상인저축은행의 순손실 규모는 175억원에 달했다. 앞서 저축은행중앙회가 발표한 79개 저축은행의 잠정 순손실 규모(600억원) 중 29.1%에 해당하는 수치다. 저축은행의 업권 차원의 적자는 9년 만에 처음이다. 더구나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도 악화해 당분간 저축은행의 높아진 대출 문턱은 내려가지 않을 전망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 1·4분기 저축은행 업계의 잠정 연체율은 5.1%로 전분기 대비 1.7%p 상승해 지난 2016년말 이후 6년 만에 5%를 넘겼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저신용자의 대출 여건이 회복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중금리대출 및 햇살론 금리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햇살론 조달금리는 지난달 기준 4.14%로 지난 1월 5.82%로 정점을 찍은 이후 3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햇살론 조달 금리는 2개월 전 1년 만기 정기예금 신규 취급분의 가중 평균 금리를 기준으로 산정되는데 지난 3월까지 저축은행이 예금금리를 3%대까지 낮추면서 햇살론 금리도 떨어질 여유가 생겼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조달금리가 더 떨어지면 신용평점이 상대적으로 낮은 고객에게도 대출을 시행할 여유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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