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식‧라섹하면 실명한다고?"..아벨리노 각막이상증 아세요?
2023.06.01 09:12
수정 : 2023.06.01 15:35기사원문
1일 전문의들에 따르면 국내에서 대략 인구 800명 중 1명이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을 앓고 있다. 대다수의 환자는 이형접합 유전형이며 동형접합 유전형은 현재 국내에 21명의 환자가 보고된 바 있다. 이 질환은 서양보다 동양에서 더 많이 발생하며 한국·일본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유병률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질환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은 제2형 과립각막이상증이며 각막에 과립형 침착물과 격자형 침착물이 발생해 시력이 감소되는 질환이다. 이전에는 세극등 현미경 소견으로 진단했다. 최근 분자유전학이 발달함에 따라 5번 염색체의 TGFBI 유전자의 변이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은 유전적 질환으로 태어날 때부터 혼탁 증상이 두 눈에 발병해 서서히 진행한다. 각막 혼탁이 공통적인 특징이지만 초기에는 특별한 징후나 증상이 없어 모르고 지내다가 우연히 발견될 때가 많다. 혼탁은 눈 표면을 유리창처럼 투명하게 덮고 있는 신체기관인 ‘각막’이 뿌옇게 변하는 증상이다. 한번 혼탁이 발생하면 이전으로 되돌리기 어려워 영구적인 시력저하나 실명이 이어지기도 한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을 일으키는 TGFBI 유전자 돌연변이는 각막에 미세한 상처가 날 때마다 이를 회복시키기 위해 비정상적인 변이단백질을 과도하게 생산한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을 보유했다는 것을 모른채 시력교정수술을 할 경우 각막에 흰점이 생기면서 시력이 급속히 악화돼 실명에 이르는 이유다.
나이들수록 질환 진행 높아
윤창호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에 따르면 아벨리노는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된다. 부모로부터 이상 유전자를 동시에 물려 받은 동형접합일 경우 질환이 어린 연령부터 발생하며 더 심한 소견을 보이게 된다. 사람은 상염색체 유전자를 1쌍(2개) 가지고 있는데, 자녀는 양친으로부터 1개씩 물려 받아 1쌍의 유전자를 가지게 된다.
윤 교수는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은 상염색체 우성질환이기에 부모 중 한쪽이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이며 이형접합(1쌍의 유전자 중 1개의 유전자만 이상이 있는 경우)일 경우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은 50%이다"며 "그러나 동형접합(1쌍의 유전자 2개 모두 이상이 있는 경우)일 경우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은 100%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형접합일 경우 보통 10세 이전에 각막의 변화가 생기며 나이가 들수록 질환이 진행한다. 질환의 진행 정도는 개별적 차이가 있으며 많은 환자들은 젊은 나이까지는 증상을 느끼지 못하다가 중장년기에 들어서야 시력저하가 나타난다.
정소향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동형접합자의 경우 3~5세 소아에서도 증상이 나타난 사례도 보고 되고 있다"며 "형질 발현의 나이는 개인의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벨리노 각막이상 증의 동형접합자에서는 심한 각막혼탁으로 인해 시력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키는 반면 이형접합자에서는 경도 및 중등도 각막혼탁이 발생해 상대적으로 시력 감소가 덜하다"고 덧붙였다.
치료법 없지만 렌즈 삽입술은 가능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은 아쉽게도 현재로선 치료방법이 없다.
민지상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은 유전병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하지만 자외선 차단을 잘 하면 각막 혼탁이 생기는 속도를 늦출 수 있어은 선글라스나 모자 착용 등을 생활화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각막이 손상될 경우 실명위험이 있기 때문에 라식이나 라섹수술은 받지 않는 것을 추천했다.
민 교수는 "각막을 절삭하는 수술은 받지 않아야 한다"며 "다만 최근에는 안내렌즈 삽입술과 같은 각막을 절삭하지 않는 굴절 교정 수술들이 있어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환자가 꼭 굴절 교정 수술을 받고 싶다면 안내렌즈 삽입술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근시교정술 중 안내렌즈 삽입술은 각막 주변부에 작은 절개창을 만들기 때문에 시행가능하다는 것이다. 드물게 각막절개창 주위에 각막혼탁이 발생할 수 있으나 시력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아서 환자가 원하는 경우 시행해 볼 수 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