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버팀목' 소비 흔들리는 신호에도 쓸 정책은 한계
2023.05.28 17:20
수정 : 2023.05.28 17:20기사원문
28일 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 1·4분기 국내 경제성장을 떠받친 민간소비의 위축신호가 경제지표들에서 확인되고 있다. 민간소비는 지난해 4·4분기 마이너스(-)0.4%(직전 분기 대비)였던 경제의 역성장을 올 1·4분기 0.3%로 반등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은도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라 공연·관람, 오락문화, 여행, 음식점·숙박업 등에서 억눌렸던 대면활동이 살아나 소비증가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민간소비 둔화 신호는 선행지표로 볼 수 있는 가구 소득, 지출 등 가계동향에서도 제시됐다.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2023년 1·4분기 가계동향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구당 평균 실질소득은 458만원으로 지난해 1·4분기와 똑 같았다. 실질소득은 같지만 고금리로 이자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2.8% 늘었다. 연료비 또한 23.5% 증가했다. 이에따라 흑자액은 116만9000원으로 12.1% 감소했다. 1·4분기 가계동향은 고금리가 지속되고 물가둔화세도 미미해 5월 현재까지 지속되는 흐름이다. 특히 소득1분위(소득 하위 20%가구)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인 46만1000원의 적자를 기록했을 정도다. 쓸 돈이 줄면 소비는 위축된다.
올 1·4분기 가계빚이 전 분기 대비 13조7000억원 줄었다는 집계도 소비위축 심화를 예상할 수 있는 지표다. 가계빚은 경제 규모가 커지고 금융시스템이 발전하면서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이 통계 작성 후 처음으로 모두 감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금리가 높자 소비 대신 대출갚기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계가 경기하강이 더 길어질 것으로 보고 서둘러 빚을 갚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실물경제지표에도 이같은 위축 신호가 나왔다. 정부의 최근 경제동향 5월호(그린북)에 따르면 4월 백화점 매출액은 전년동월 대비 0.8% 감소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증가세 였던 백화점 매출액은 올 1월 한달 -3.7%를 기록하고 3월까지 계속 증가세였다. 지난 4월 국내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8.2% 늘었지만 2월(18.1%), 3월(20.5%) 대비 증가폭이 둔화됐다. 4월 카드 국내 승인액 증가율도 5.6%에 머물렀다. 1월(8.7%), 2월(8.1%), 3월(9.0%) 대비 낮다.
지난 3월 '내수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정부는 내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이 단기간에 좋아질 가능성이 적어 경기버팀목인 내수, 특히 국내 소비 회복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해외여행은 지표상 민간소비를 늘리지만 국내 고용증가, 소비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효과가 거의 없어서다. 1·4분기 0.5% 늘어난 고소득층 민간소비의 상당부분이 해외여행 등에 따른 국외소비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 투자는 정부가 직접 손댈 부분이 적고 당장 효과도 없어 소비가 망가지는 것을 막는 게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긴축강도를 조정하던가(금리 등을 내리던가), 아니면 재정을 추가로 투입하는 방안(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있겠지만 지금까지 정부·한은 입장으로 봐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