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펑크 비상 걸렸는데 추경에 일단 선그은 정부
2023.05.29 18:01
수정 : 2023.05.29 18:01기사원문
29일 정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반도체 수출액은 42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5% 감소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지연되면서 정부가 예상했던 '상저하고(상반기 부진 하반기 반등)' 경기 흐름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반도체 경기 흐름과 거시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물량이 10% 줄면 국내총생산은 0.78% 줄고, 반도체 가격이 20% 떨어지면 국내총생산이 0.15% 감소한다.
반도체 업황이 지속적인 한파를 맞으면서 환율 영향을 제거한 반도체 수출물가지수는 13개월 연속 하락했다. 수출물가 하락은 달러 대비 원화가치 변동을 제거한 글로벌 수급여건을 반영한다. 현재 우리 경제가 헤치고 있는 반도체 한파의 강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올해 리오프닝으로 1·4분기 4.5% 급성장했으나 수출이 아닌 내수 위주로 성장했다. 중국에 원자재·중간재 등을 수출하는 우리 기업은 아직까지 리오프닝 수혜를 보지 못하고 있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대중 수출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중 수출기업 절반(50.7%)은 대충 수출 위축과 부진을 체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회복 시점에 대해서는 가장 많은 기업(40%)이 '2~5년 후에야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세수부족까지 맞닥뜨리면서 하반기 성장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3월까지 정부의 국세수입은 87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4조원 급감했다. 4월부터 연말까지 지난해와 같은 규모의 세금을 걷어도 연말 기준 국세수입은 371조9000억원, 정부의 세입예산인 400조5000억원보다 28조6000억원 부족하다.
정부는 세수부족에도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빚을 내서 인위적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경기둔화 국면에서 버팀목 역할을 수행한 정부의 성장에 대한 기여가 축소될 수 있다는 말이다. 예상보다 하반기 경기반등 폭이 작아지는 상황에서 재정공백마저 발생한다면 정부가 예상한 올해 성장률 1.6% 달성 가능성은 점점 작아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예산 불용' 가능성도 나왔지만 정부는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강제 (예산) 불용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도 않고,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며 "집행관리를 철저히 해서 효율화하는 부분 등으로 (민생예산 집행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