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동창리서 쏜 '발사체' 백령도 서쪽 상공 통과... 軍 "폭발·추락 등 실패 가능성" (종합)
2023.05.31 08:22
수정 : 2023.05.31 08:25기사원문
북한은 올해 10번째 미사일 도발로 지난달 13일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시험발사한 지 50여일 만에 다시 도발을 재개했다.
이 발사체는 백령도 서쪽 먼바다 상공을 통과했으며, 우리 군은 현재 "정상 비행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합참이 전했다.
합참은 "우리 군은 경계태세를 격상한 가운데 한미 간 긴밀히 공조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쏜 발사체의 고도·속도·비행거리 등 정확한 제원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위성을 탑재 주장, 발사체를 쏜 것은 2016년 2월 7일 '광명성호' 이후 7년 만이다.
일본 방위성은 이날 오전 7시5분쯤 해상보안청을 통해 "북한에서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는 물체가 발사됐으나 이미 낙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발사 실패' 가능성도 제기된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쏜 발사체는 서해 상공으로 비행했다"며 "수도권 지역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우리 군은 이 발사체의 잔해 수거·인양 작업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첫 군사정찰위성을 이날 0시부터 내달 11일 0시 사이에 발사하겠다며 어제 30일 일본과 국제해사기구(IMO)에 통보한 바 있다.
그러면서 북한은 1단 로켓 낙하지점으로 '전북 군산 쪽에서 서해 멀리', 페어링(위성 덮개) 낙하지점으로는 '제주도에서 서쪽으로 먼 해상', 2단 로켓 낙하지점으로는 '필리핀 루손섬 동방 해상'을 지목한 바 있다.
북한의 이번 위성 발사 통보에 따라 발사체 비행 과정에서 로켓 추진체 등이 낙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반도 서해와 동중국해 일대 등 총 3곳엔 항행경보가 발령됐다.
항행경보가 발령된 3개 지역은 △충남 대천항에서 직선거리로 230~300㎞가량 떨어진 서해 공해상과 △제주도 서쪽 약 300㎞ 거리 공해상, 그리고 △필리핀 루손섬 동쪽 700~1000㎞ 거리 공해상이다.
이날 북한이 31일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발사하자, 정부 당국이 인천시 옹진군 백령·대청도에 경계경보를 발령했다.
이에 해당 섬 지역 주민들은 대피소 35곳(백령도 26곳, 대청도 9곳)에 몸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날 "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안내문자를 보냈으나, 30여분 뒤 행정안전부발로 재송부한 문자에서 "서울시가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이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도 31일 새벽 오키나와현 주민을 대상으로 긴급 대피 명령을 내렸다.
NHK방송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인공위성으로 지자체 등에 긴급 정보를 전달하는 전국순시경보시스템(J-ALERT)을 통해 "북한에서 미사일이 발사된 것으로 보인다"며 건물 안이나 지하로 피난할 것을 당부했다.
북한이 '위성 탑재' 발사체 시도는 6번째로 분석된다. 북한은 △1998년 8월 광명성 1호를 △2009년 4월 광명성 2호를 발사했지만 모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4월 13일 장거리 로켓 '은하 3호'에 실려 발사된 '광명성 3호'는 발사 직후 1단과 2단이 분리되지 않은 채 폭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12월 은하 3호에 실려 발사된 '광명성 3호 2호기'는 북한 측은 물론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도 궤도 진입 사실을 확인했다.
△2016년 2월 7일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4호'까지 궤도진입에 성공했다며 본격적으로 우주강국의 반열에 들어섰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궤도진입에 성공했다고 자랑하는 광명성 3호 2호기와 광명성 4호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여부는 수년째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편 북한은 어제 30일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오는 6월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발사할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한미의 군사행동에 대한 '정당방위적 조치'라고 주장한 바 있어 이달 5월을 넘겨 6월 초에 강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날 기습적 도발을 벌인 셈이다.
그는 또 '자위력 강화 입장'을 통해 "우려스러운 안전환경은 우리로 하여금 적들의 군사적 행동 기도를 실시간 장악할 수 있는 믿음직한 정찰정보 수단의 확보를 최대 급선무로 요구하고 있다"고도 했다.
리 부위원장의 발언은 한·미·일 포함한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찰위성 발사 계획을 재확인하며 정찰위성 명목의 사실상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발사의 정당성과 그 책임을 한미에 전가하려는 의도로 읽혔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및 그 기술을 이용한 모든 비행체 발사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