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추락사' 건설업체 대표 기소...서울 첫 중대재해법 적용

      2023.06.02 11:41   수정 : 2023.06.02 12:2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추락 방호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 작업하던 근로자가 숨진 사고와 관련해 건설업체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 지역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첫 사례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이준범 부장검사)는 2일 서울 소재 A건설업체 대표 이모씨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A건설업체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3월 2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한 건물 신축공사 현장 지하 3층에서 환기구에 페인트칠을 하던 이 업체 소속 근로자 B씨가 지하 4층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머리를 크게 다친 B씨는 결국 숨졌다.

이 공사장은 공사 금액 66억원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업장이었다. 당시 현장에는 추락 방호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았고, 현장에서는 안전모와 안전대 착용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씨가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절차 마련 △재해 예방 인력·시설·장비 구비 및 유해·위험 요인 개선을 위한 예산 편성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의 업무수행 평가 기준 마련 등이 필요하지만, 검찰은 이씨가 세 가지를 모두 지키지 않았다고 봤다.

당시 이씨는 사고 발생 4개월 전 현장 안전관리자가 사직한 후 인건비 부담과 구인난을 이유로 후임자를 고용하지 않은 채 본사 직원을 명목상 안전관리자로 지정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조사 결과 이 업체는 사고 발생 전 추락 방호시설이 미비하다는 지적을 고용노동청 등으로부터 수차례 지적받고도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다만 유족과 합의한 점, 유족들이 선처를 탄원한 점을 고려해 이씨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검찰은 근로자의 소중한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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