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치료도 거부, 아버지의 유일한 소원이 아들의 프로지명 … '상무 합격' KIA 한승연에 대해 아십니까
2023.06.02 13:11
수정 : 2023.06.02 13:44기사원문
【함평(전남) = 전상일 기자】 6월 1일 상무 입대자가 발표되었다. KIA 타이거즈에서는 2명의 선수가 선발 되었다.
외야수 한승연과 포수 김선우다.
한승연은 2022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8R에 지명되었다. 현재로 따지면 9R다. 중간도 아니고, 최하위 순번에 가깝다. 그 누구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아들이 프로 유니폼 입은 모습을 보고 눈을 감고 싶다고 마지막까지 버티셨습니다”
사실, 한승연은 고교 3학년 당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일단, 파워가 좋았다. “웨이트 중독”이라고 주변에서 놀릴 정도로 몸이 좋았다. 힘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외야수로서 발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작년 NC에 2라운드로 지명된 박한결과의 선수라는 의미다. 하지만 그는 고3 당시 제대로 된 활약을 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위독했던 힘든 시기였기 때문이다.
한승연의 아버지는 야구광이셨다. 아들이 야구를 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리고 기아 팬이었다. 하지만 2021년 당시 암 말기였던 아버지는 병원에서도 쉽지 않다고 인지한 상태였다.
전주고 주창훈 감독은 “아버지가 많이 안 좋으셨다. 암 말기셔서 병원에서도 손쓸 도리가 없었다고 하더라. 그런데 아들이 꼭 프로 유니폼을 입는 것을 보고 눈을 감고 싶다고 항암치료도 거부하시고 마지막까지 버티셨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도 승연이를 보러 오셨었다. 정말 열심히 버티셨는데... ”라면서 안타까워하곤 했다. 한승연 중학교 때부터 투병생활이 시작되어서 가정환경도 좋지 못했다. 전주고 동문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경기 하다가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을 훔치며 뛰어간 적도 몇 번이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시즌 중간(2021년 6월경)에 눈을 감으셨다. 야구에만 집중해도 쉽지 않았을 사춘기의 고3 생활이 그렇게 흘러갔다. 고3 기록도 0.286에 1홈런으로 특출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한승연의 가능성을 알아본 것이 KIA였다. 기록은 특별할 것이 없었지만, 186cm의 체격, 빠른 발, 파워에 주목했다. 상대적으로 자주 방문하는 연고권 구단이라 한승연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권윤민 팀장과 김성호 스카우트 등 기아 스카우트진은 한승연을 가능성을 보고 전격적으로 지명했다. 그렇게 운명처럼 한승연은 아버지가 그토록 바라던 기아 타이거즈의 유니폼을 입었다.
KIA 한승연, 손승락 감독과 김잔 육성팀장을 만나며 제2의 인생을 열었다
2022년 퓨처스리그에서 74게임, 144타석에서 타율 0.181 26안타 3홈런 8도루를 기록했다. 그렇게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듬해 손승락 감독, 김잔 육성팀장을 만난 것이 그에게는 행운이었다. 손 감독은 한승연에게 “삼진 먹어도 괜찮다. 무조건 풀스윙 돌려라”고 주문했다.
삼진이 대폭 늘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홈런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무려 5경기 연속 홈런에 퓨처스리그 전체 홈런 1위(7개)에 등극하게 되었다. 장점에 집중한 손 감독의 혜안이 퓨처스리그 홈런 1위·결국 상무 합격이라는 쾌거로 이어지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손 감독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선수다. 거칠지만, 앞으로 1군에서 활약할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라고 그의 가능성을 호평했다.
김잔 육성 팀장은 “투수에게만 드라이브 라인이 있는 것이 아니다. 타자에게도 드라이브 라인이 있다. 꼬임을 극대화해서 타구 속도를 더 늘릴 수 있다. 무엇보다 프로에서 중요한 것은 장점이다. 육성팀은 장점 하나를 최대한으로 극대화시킨다. 한승연의 장점은 누가 봐도 명확하다”라고 말했다.
상무 입대자라는 것은 퓨처스에서 핵심선수라는 의미다.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1차지명 선수들도 수두룩하게 떨어지는 것이 상무다.
최근 LG 문성주가 하위라운드의 기적을 새로 쓰고 있다. 이제 한승연의 차례다. 스타일이 완전히 다른 '거포 외야수'라는 이름으로 그의 새로운 야구인생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