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술 판매하면 우리 망한다"..공항 면세점 '부글부글'

      2023.06.04 14:18   수정 : 2023.06.04 14:1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관세청이 도입을 추진중인 온라인 면세점 주류 허용 이슈를 두고 대기업과 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중인 중소·중견기업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공항내 중소·중견 면세점에서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류 판매 감소가 우려되면서 국제선 여객 증가와 함께 본격적인 실적 회복이 기대되는 공항 면세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이르면 오는 7월부터 면세 주류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의 고시 변경을 시행할 전망이다.

그동안 시내 면세점의 경우 화장품, 향수 등은 온라인 구매가 가능했지만 주류는 전통주를 제외하고는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없었다. 특히 시내면세점은 웹이나 모바일 등으로 손쉬운 구매가 가능하고 공항 면세점에 비해 고정비용이 낮아 막대한 자금력으로 재고를 확보한 대기업들이 사실상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중소·중견 면세점은 시내면세점이나 인터넷면세점 없이 출국객을 상대로 하는 공항만 면세점 영업에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전체 매출 가운데 주류 매출이 3~5% 수준이지만 중소·중견 면세점은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입국장 중소중견 면세점의 경우 주류 매출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온라인 면세점에서 주류판매가 허용되면 중소·중견기업 매출이 대기업으로 넘어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들 중소·중견 면세점의 매출 하락에 따른 경쟁력 악화는 엔데믹으로 여객 수요가 본격적으로 증가하며 정상화가 진행중인 인천국제공항 등 공항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천공항의 경우 여객당 임대료 산정방식을 적용해 임대료를 책정한다. 여객이 늘면 임대료가 늘어나고 줄면 임대료가 줄어드는 형태다. 온라인 주류 판매가 본격화되면 중소·중견 면세점은 핵심 제품인 공항내 주류 매출이 감소하는데도 여객 증가로 임대료가 늘어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그동안 영세한 산업 보호, 영세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매출 증대를 위해 주류 가운데 유일하게 온라인 판매가 도입된 전통주 시장에도 타격이 우려된다. 면세점 주류 매출에서 전통주 매출액은 3% 미만인데 사치품인 위스키, 꼬냑, 고급 와인 등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게 되면 매출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 주류 온라인 판매 허용시 향후 화장품 등과 같이 시내 면세점을 중심으로 중국 보따리 상인(다이공) 영업이 활발해지면서 인기 상품을 싹쓸이 해 갈 가능성도 있다"면서 "유통시장의 왜곡현상이 발생하고 제품 품절에 따른 국민 편익 저하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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