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멋대로? 자유 분방함? 최원호 감독은 김서현을 어떻게 바라보고, 또 조율할 것인가
2023.06.05 09:32
수정 : 2023.06.05 10:2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화 슈퍼루키 김서현(19)이 화제다. 처음 올라왔을 때만큼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원호 감독이 처음 부임했을 때까지만 해도 김서현을 주축 투수로 쓰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그 이후 김서현은 계속 무너지고 있다. 이제는 마무리 여부를 떠나 이기는 경기에서 쓰기 힘든 상황까지 왔다. 특히 5월 이후 더욱 안 좋아졌다. 6월에는 제구마저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6월 1일 키움 전에서는 아웃카운트를 1개를 잡아내는 동안 2안타에 3볼넷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그리고 6월 4일 삼성전에서는 볼넷 2개와 몸에 맞는 공 1개로 만루를 만들어주고 내려갔다. 구원 강재민이 아니었다면, 대형 참사가 나올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현재까지만 보면 신인들의 강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전체 1순위라고 말하기 민망한 성적이다. 최근 투수는 1년차라도 팀의 전력으로 자리잡는 경우가 많다. 윤영철이 그렇다. 그런데 김서현은 현재 한화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던진 이닝도 적고, 많은 관리를 해주고 있음에도 그렇다.
김서현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다르게 볼 여지가 많은 선수다. 일단 첫 번째 김서현의 자유분방함을 어떻게 보느냐다. 김서현은 경기 중 투구폼이 매번 바뀐다. 그런데 이는 프로에와서 그런 것이 아니라, 고교 때부터 그랬다. 사이드로 던졌다가 오버로 던졌다가 스리쿼터로 경기 중에 투구폼이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자기가 원하는대로 야구를 했던 선수다. 이런 자유로움을 장점으로 보는 이도 있고, 단점으로 보는 이도 있다.
다만, 투수는 일정한 밸런스로 공을 던져야 제구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것은 야구에서 기본적인 상식이다. 김서현은 “늘 불펜피칭을 할때도 다른 밸런스로 연습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설령, 김서현이 탁월한 소질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부분은 고쳐야한다는 의견도 많다. 많은 관계자들은 김서현의 팔이 많이 벌어지는 것에 주목한다. 그렇게 팔이 벌어지게 되면 부상의 위험이 크고, 제구가 흔들릴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이미 한 번 고교 시절 수술대에 올랐던 선수라 더욱 그렇다.
두 번째는 변화구에 대한 부분이다. 육안으로 봐도 슬라이더의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갔다. 6월 4일 경기에서도 김재성을 삼진 잡을 당시 3개가 모두 슬라이더였다. 포심은 그다지 위력적이지 않았다. 모 프로 구단 관계자는 “김서현이 가치가 있는 것은 알고도 치지 못하는 160km의 직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가치있는 구종을 두고 변화구만 쓴다면 김서현은 가치가 없는 투수로 전락한다. 직구가 맞는다? 그럼 퓨처스에서 다시 갈고닦으면 된다. 변화구로 도망가기만 하면 절대 클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프로는 자신의 장점을 갖고 싸우는 무대다. 자신의 무기를 극대화 시켜야 한다. 윤영철이 구속에 집착하지 않고 135~140km의 직구로도 자신이 보유한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최대한 활용해 잘 이겨나가는 것이나 박명근이 작은 체구에도 좌타자를 상대로 뱀직구로 윽박지르는 것도 같은 이치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의 무기가 통용되지 않으면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때문이다. 통하든 안통하든 자신의 무기로 싸워야 한다.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은 김서현에 대해서 높은 평가를 내렸다. 변화구 구사능력도 좋고, 무엇보다 담대한 마인드가 투수에게 썩 잘어울린다고 평가한 바 있다. 김서현은 한화가 필연적으로 키워야하는 자원이다. 퓨처스에서 숨고르기를 시킬 수도 있고, 아니면 길게 보고 문동주처럼 선발 수업을 시킬 수도 있다. 작년 문동주도 시즌 초반 고전하다가 시즌 후반에 급격하게 페이스가 올라온 바 있다.
그도 아니라면 과감하게 1군에 두고 본인이 이겨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선택은 감독의 스타일이고 또 역량이다.
과연, 최원호 감독은 김서현의 문제점을 어떻게 바라보고 또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 최 감독이 임기 시작부터 어려운 숙제를 안게 되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