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서 돌아온 장바구니는 텅 비었다"..물가 내려도 서민에겐 '남일'

      2023.06.07 05:00   수정 : 2023.06.07 09:4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세종시 보람동에 거주하는 주부 A씨는 6월 징검다리 연휴를 준비하기 위해 이달 초 대형마트에 갔다 장바구니 가격에 깜짝 놀랐다. 언론에서 최근 물가가 내렸다고 보도한 것을 보았는데 평소와 똑같이 물건을 집었는데도 가격은 거의 비슷했기 때문이다. A씨는 "물가가 내렸다고 하는데 아직 체감이 안된다"며 "언제쯤 맘편히 물건을 집어 담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물가상승률이 둔화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고물가를 체감하고 있다. 이는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가운데 서민들에게 필수인 전기료, 식품 등은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문제는 한번 가격이 뛴 공산품 가격은 물가가 떨어져도 다시 내려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민들의 한숨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생활 필수품 고가격 유지에 저물가 체감 못해

7일 통계청의 '2023년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13(2020년=100)으로 1년 전에 비해 3.3% 올랐다.
이는 지난 2021년 10월(3.2%) 이후로 1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2월 5.0%에서 올해 1월 5.2%로 소폭 상승한 뒤 2월 4.8%, 3월 4.2%, 4월 3.7% 등으로 내림세다.

하지만 서민들이 낮아진 물가를 체감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는 생활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전기·가스·수도 가격, 생필품 등 가격은 여전히 높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23.2%나 뛰었다. 전기요금 인상 등과 맞물려 전달(23.7%)에 이어 두달 연속 20%대 오름세다. 전기료는 25.7%, 도시가스는 25.9%, 지역 난방비는 30.9% 각각 올랐다.

먹거리 가격이 높은 것도 서민들의 한숨을 깊게 한다.

5월 채소(6.9%), 기타농산물(6.9%) 가격은 계속 상승했다. 채소의 경우 생강(99.6%), 호박(33.9%), 양파(33.5%), 당근(25.2%) 등이 전년 대비 상승률이 높았다. 수산물(6.1%)도 오름세를 이어갔다. 전복(-1.5%)을 제외하고 특히 오징어(12.8%), 고등어(11.3%) 등의 가격이 뛰었다.

가공식품은 4월 7.9%에서 5월 7.3%로 상승폭 자체는 줄었지만 여전히 전체 상승률의 2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 대상 73종 중 68종의 가격이 전년 5월 대비 상승했다. 이 중 두자릿수 이상 상승률을 기록한 품목도 29종에 달한다.

특히 지난달 라면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24.04로 지난해 동월보다 13.1% 오르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2009년 2월(14.3%) 이후 14년 3개월 만에 최고다.

라면 물가가 고공행진 중인 것은 제품 가격이 줄줄이 오른 영향이다. 농심이 지난해 9월 라면 출고가를 평균 11.3% 인상한 데 이어 팔도, 오뚜기는 제품 가격을 9.8%, 11.0% 각각 인상했다. 마지막으로 삼양식품이 같은해 11월 라면 가격을 평균 9.7% 올리면서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가공식품 품목별로는 △잼(35.5%) △드레싱(31.8%) △물엿(22.7%) △맛살(22.1%) △치즈(21.9%) △어묵(19.7%) 등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 하반기도 불투명...깊어지는 '한숨'

식자재 비용이 오른만큼 외식 물가도 치솟고 있다. 5월 외식 물가는 전년 대비 6.9% 상승했다. 물가상승에 0.90%p 기여했다. 외식 부문의 생선회 가격은 6.4% 올랐다. 통계청이 조사하는 39개 외식 품목 모두가 가격이 뛰었다. 피자(12.2%), 햄버거(10.3%), 김밥(10.1%), 라면(9.5%) 등 소비량이 많은 품목의 가격상승세가 눈에 띈다. 하반기 물가 안정세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는 당분간 물가 상승률이 더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국제에너지 가격 등에 따라 국내도 변동성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장보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향후 물가 안정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지만 국제에너지 가격, 기상 여건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물가 안정 기조 안착을 위해 계속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중반까지 뚜렷한 둔화 흐름을 보이다가 이후 다시 높아지면서 연말께 3% 내외를 나타낼 것이라고 보고 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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