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때 사둘까"...'900원대' 엔화에 엔화예금 급증

      2023.06.07 16:03   수정 : 2023.06.07 16:0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잠시 주춤했던 엔화예금 수요가 최근 들어 다시 폭증하고 있다. 원·엔 환율이 930원대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데다가 하반기에는 다시 강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도 여행 수요를 노려 외화예금 마케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 5월 말 기준 6979억엔으로 집계됐다. 전월(5788억엔) 대비 1191억엔 늘어난 수치로 4개월 만의 증가 전환이다.
특히 지난 1월(7237억엔) 이후 3개월에 걸쳐 줄었던 금액에 준하는 금액이 지난 한 달 새 모였다.

이런 배경으로는 급락하는 엔화 가치가 가장 크게 언급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업자 고객이 쌀 때 사두는 게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개인의 경우 환테크를 위해 쌓아두는 사람들이 있다"며 "외화예금 밀물, 썰물은 환율에 따라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엔화는 달러화 초강세와 일본은행(BOJ)의 '나 홀로 완화' 통화정책으로 인해 가치가 최저치 수준으로 고꾸라진 바 있다. 그러다가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BOJ의 통화정책 수정에 대한 기대 등으로 가치가 조금씩 오르는 조짐을 보이다가 최근 다시 빠르게 내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하나은행 고시에 따르면 이날 원·엔 환율은 935원대까지 떨어졌다. 최근 1년 새 가장 낮았던 934.54원(2022년 11월 9일) 기록과 근접한 수준이다. 지난 4월 26일 1004.17원까지 '반짝 상승'을 보이다가 1달여 만에 70원이 빠졌다.

여기에 중장기적으로는 엔화 가치가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엔화예금에 대한 수요를 부추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사이클이 종료되면 엔화가 다시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엔저' 혜택을 보려면 지금이 적기라는 인식이 형성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외화예금 마케팅이 한창이다. DGB대구은행은 외화 목적 자금 마련 통장 'IDREAM 외화자유적금'을 출시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달러 전용 예금 상품 '바로보는 외화통장'과 '우리 WON 외화정기예금 특판'을 선뵀다. 신한은행은 외화 입출금 계좌인 '외화체인지업 예금' 계좌를 삼성증권 해외 주식 계좌와 연결하면 선착순으로 10달러를 지급하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이와 관련 은행권 관계자는 "예금만큼 많은 수요가 있지는 않지만 외화대출을 내어줄 수도 있고 트레이딩 등으로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면서 "주요 통화를 보유함으로써 은행이 써야 할 곳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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