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벽 복구도 덜됐는데 또 비가 온다니..." 역대급 비 예보에 주민 '덜덜'
2023.06.13 16:22
수정 : 2023.06.13 16:22기사원문
지난해 역대급 폭우로 발생한 수해지역의 복구작업이 장기화돼 지역 주민들이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 더구나 올해 엘니뇨의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질 것이라는 예보가 나오면서 지난해 수해지역 주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아직 복구되지 않은 옹벽
사당동 극동아파트 주민 오씨가 비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 것은 지난해 8월부터다. 당시 극동아파트에서는 폭우로 105동과 107동 뒤편을 막고 있던 옹벽이 무너지는 일이 있었다. 옹벽이 무너지면서 흙이 아파트 지하까지 유입되고 출입구를 막았다. 주민들은 전기와 물 공급도 끊긴 채 꼼짝 없이 고립돼야 했다. 이런 기억 때문에 오씨는 지금도 괴롭다고 한다. 그는 "그저께도 새벽에 비가 오니까 덜덜 떨렸다"며 "집안에 갇혀서 괴롭던 기억이 떠오른다"고 했다.
다른 극동아파트 주민들도 올해도 수해가 반복될 수 있다는 불안에 시달린다고 했다. 아직도 지난해 수해로 무너진 옹벽에 대한 복구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주민들은 출입구를 감싸는 콘크리트 임시 터널을 통해 집에 오가고 있다.
107동에 15년 넘게 살았다는 60대 김모씨는 "옹벽은 지난해에 무너졌는데, 왜 장마를 코앞에 두고 나서야 공사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1년 가까이 뒤편을 막아두고 생활을 불편하게 하니 모두 불만이 쌓였다"고 지적했다.
옹벽 복구가 늦어진 것은 공사비 등의 문제 때문이다. 서울 동작구청이 옹벽 복구공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 1월이다. 다만 동작구청은 올해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6월 말까지 옹벽 설치와 배수로 정비 등 기초공사는 모두 마친다는 입장이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나무를 심는 조경이나 세세한 작업까지 하면 8월에는 모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집중호우 반복...근본 대책 필요"
극동아파트가 있는 언덕에서 서울지하철 4호선 이수역 쪽으로 내려오면 지난해 일부 점포가 침수됐던 서울 동작구 사당동 남성사계시장이 있다. 실제 남성사계시장에 들어서니 "시장에 수해 대비 공사가 진행 중이니 안전하게 공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 바란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이곳 상인들은 다가오는 비 소식에 수해 피해가 또 벌어지지는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30년 넘게 옷가게를 운영하는 이모씨(75)는 아직도 지난해 침수로 젖어 얼룩진 양말과 속옷을 더미로 쌓아 뒀다. 이씨는 "곰팡이가 슬어서 그냥 공짜로 나눠주려고 해도 가져가지 않지만, 버리기도 아까워 그냥 가지고 있다"며 "올해도 장사를 망칠까 무섭다"고 전했다. 남편인 70대 한모씨는 가게 입구에 허리 높이로 설치된 물막이판을 가리키며 "사람 키만큼 왔던 지난해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하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재열 남성사계시장상인회장은 "기후가 바뀌면서 집중된 호우를 대비하기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펌프 시설이나 배수로 공사 같은 대책이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으니, 이번 여름에 비가 덜 오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근처에 사는 주민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시장에 방문한 40대 조모씨는 "근처에 사는데, 지난해에는 침수되지는 않았지만 올해는 내 차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렵다"고 말했다.
한편 동작구청은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남성사계시장 135개 점포 중 100여 점포에 차수막 설치를 완료했고, 인근 저지대 주택과 소규모 상가 등에 물막이판과 역류방지밸브 등을 설치·지원하고 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