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삼성에 내는 수수료만 1000억원" 페이 수수료에 카드업계 '골머리'
2023.06.15 05:00
수정 : 2023.06.15 13:1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우리나라 간편결제시장의 양대 산맥을 이루게 된 삼성페이와 애플페이의 수수료 부담이 연일 카드업계의 화두다. 지난 10년간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돼 각 카드사들의 '역마진'(수익보다 지출비용이 커 적자흐름이 지속되는 상황)이 이어지는데, 간편결제 서비스에까지 수수료를 물게 되면 역마진 구조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달비용 상승에 대손충당금까지, '나가는 돈'이 많아지는 가운데 카드사는 페이와의 눈치게임을 벌이고 있다.
코로나19로 낮아진 카드 수수료율도 최소 내년까지 유지될 전망이라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삼성페이 무료화 향방'이 관건?
1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내수 회복으로 인해 전체 카드사의 매출은 증가했지만, 이것이 당기순이익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최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업계 1위 신한카드의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5.3% 감소한 1667억을 기록했으며 KB국민카드는 당기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한 820억원을, 현대카드는 7.9% 감소한 708억원을 기록했다.
카드업계의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신한·우리·국민카드의 애플페이 제휴설', '삼성페이 수수료 무료설' 등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은 "모든 카드사들이 애플페이에 합류할 경우 삼성만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삼성페이 무료설'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다만 한편으로 "애플페이에 현대카드 외 다른 카드사들이 넘어가지 않을 경우 안 매기던 수수료를 갑자기 부과할 이유 또한 없다"며 열린 입장을 견지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2년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휴대전화 제조사를 통한 간편결제 이용 금액은 일평균 1853억2000만 원, 이용 건수는 717만3000건이었다. 지난해 이용 금액이 올해 비슷하다는 가정 하에 수수료율 0.15%를 삼성페이에도 적용하면 올해 카드사가 삼성전자에 지불할 수수료는 1014억 원에 이른다.
결국 삼성전자가 "카드사들의 향방에 따라 수수료 책정 여부가 결정된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각 카드사들은 "삼성페이에 좀 더 무게중심을 두겠다", "아직은 삼성페이와 애플페이 사이에서 저울질을 할 필요가 있다" 등 다양한 '생존 전략'을 세우는 모습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 "카드사들이 일단 삼성의 눈치를 보며 삼성페이와 수수료 협상을 완료한 후에야 애플페이로 진출할지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다수 카드사의 삼성페이 재계약 시점이 오는 8월 중순인 반면, 애플페이의 경우 현대카드가 지난 2~3월경 론칭해 6개월간 단독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오는 9월 말 정도 돼야 단독계약이 종료된다. 시기상으로 보더라도 삼성페이와의 관계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 시장 규모도 작고 가맹점 망 설치 등 각종 비용이 수반되는 반면, 삼성페이는 시스템 구축을 위해 필요한 비용도 없는 데다가 간편결제시장에서 삼성페이 파이가 매우 커진 상태이기 때문에 삼성페이를 중단할 경우 고객 반발이 극심할 것"이라며 "삼성페이와 애플페이 중 더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당연히 삼성페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다른 카드업계 관계는 "만약 삼성페이가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할 경우 애플페이 측도 카드사들에 유리한 쪽으로 '역제안'을 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며 애플페이와 제휴 가능성을 열어뒀다.
현재 현대카드는 애플에 건당 0.15%의 수수료를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이스라엘의 수수료율이 각각 0.12%, 0.05%인 것을 감안했을 때 이는 애플페이를 서비스하는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수료율이며, 중국의 5배 수준이다.
이 관계자는 "삼성페이가 무료를 결정했을 때 위기감을 느낀 애플페이가 한국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수수료를 낮춰주는 등의 방식으로 접근할 수도 있기 때문에 카드사들이 반드시 을(乙)의 입장에서 애플을 상대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 "삼성페이는 이미 국내에서 확고한 점유율이 있는 반면, 애플페이는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파급력을 진단하기 이르다"면서도 "국내 스마트폰 유저 양대 산맥이 안드로이드와 IOS인 점을 감안했을 때 신규 회원을 확보할 수도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애플페이 진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며 열린 입장을 유지했다.
逆마진 구조 고착화, 적격비용 TF에 카드업계 입장 반영되나
페이 수수료를 차치하더라도 결제 서비스를 통한 영업이익을 내기 어렵다는 게 카드업계 목소리다.
작년 채권시장 불안 등으로 여전채 발행을 통한 조달비용이 크게 오른 데다, 2021년 코로나19 당시 가맹점 카드 수수료를 인하했던 만큼 '나가는 돈'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카드론, 현금 서비스 등 카드사 대출 연체율이 소폭 오르면서 당국에서도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당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까지는 현재의 낮은 수수료율을 유지해야 한다.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은 3년마다 결정되는데 내년 다시 주기가 돌아온다. 문제는 수수료율이 떨어질뿐 오르진 않는다는 점이다.
예컨대 연매출 2억원 이하 우대가맹점이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율은 2012년말 1.5%에서 2015년말 0.8%, 2018년말 0.8%, 2021년말에는 0.5%로 떨어졌다. 연매출 10~30억원 가맹점은 2012년말 카드사에 2.12%의 수수료를 냈는데 2021년말부터는 1.5%로 수수료가 줄었다.
카드업계는 적격비용 제도를 통해 원가 기반 수수료 산정, 소상공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에 기여했다며 제도개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2월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을 위한 TF'를 구성한 후 카드업계와 여신금융협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각 업권과 4~5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금융위 관계자에 따르면 업권 의견을 수렴했고 제도개선을 위한 정책연구용역도 마친 상태다. 연구용역을 통해 신용판매 부분의 업무원가 현황, 수수료 부과 원칙, 3년마다 수수료율을 개편하는 현재 제도의 합리성, 실효성 등을 점검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TF에서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관련 연구용역까지 마친 상태"라며 "내년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을 산정을 앞두고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할 것이고, 이 방안을 토대로 업계와 여당·정부간 협의를 거쳐 수수료율을 개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팬데믹 고통분담 차원에서 수수료율을 낮춰온 데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중소가맹점이 전체 가맹점의 96%에 달하는 만큼 '현실적인 수수료율'이 반영되기를 바라고 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