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법 개정 5년째 제자리걸음… 기재위도 한은도 손놨다

      2023.06.13 18:15   수정 : 2023.06.13 18:23기사원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최근 중앙은행 역할 재정립을 시사한 가운데 지난해 발의된 한국은행법이 4건에 그치고, 관련 논의마저 진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금융통화위원 보궐과 관련된 조문이 개정된 후 한은법은 5년째 그대로다. 각국 중앙은행이 물가안정 뿐 아니라 고용·금융안정, 기후변화 대응까지 발을 넓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역할과 권한에 대한 토론마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 들어 발의된 한국은행법 개정안은 총 24건(철회 포함)으로 한 건도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채 계류돼 있다. 특히 지난해 발의된 한은법 개정안은 5건에 불과해 입법의 첫 단계인 법안 발의부터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연도별로는 △2020년 8건 △2021년 11건 △2022년 5건이 발의됐다.

■환경 변화에 맞춰 중앙은행 역할 재정립해야

이런 상황에 올해 들어 4번 열린 기재위 회의에서 한은법 개정안이 다뤄진 건 한 번에 불과하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주화 불법 반출사건 방지법'이 지난 4월 17일 안건에 올랐는데, 이와 관련 의원 토론도 없이 기재위 수석전문위원이 법률안 검토 의견을 밝힌 게 전부다.


문제는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중앙은행 역할과 권한에 대한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나온 법안만 해도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의 목표부터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까지 굵직한 현안을 담고 있다.

△한은의 통화신용정책목표에 고용안정·금융안정을 명시하고 집행간부 증원, 자료제출권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김주영의원안 △한은의 정책목표에 고용안정 등 실물경제 지원을 명시하는 류성걸·박광온·양경숙의원안 △기후변화 대응을 통화정책 고려 요인으로 명시하는 민형배의원안 △한은의 CBDC 발행 근거를 명시하는 서병수의원안 △한은의 정부로부터의 국채 직접 인수를 제한하는 윤희숙·박형수·박수영의원안 등이다.

기재위 뿐 아니라 한은에서도 법 개정에 있어서는 미온적이다. 이창용 총재가 12일 한국은행 창립 73주년 기념식에서 한은법상 금융기관이 은행권에 국환된 점을 지적하는 등 중앙은행 역할 재정립을 시사했지만, 법 개정은 쉽지 않다는 게 인식이 퍼져 있다.

한은 관계자는 "중앙은행은 정부부처와 달리 법안을 별도로 제출할 수 없다. 의원 입법을 통하면 가능하기는 하지만 그 전에 정부부처와 조율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정부부처와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법 개정 노력 미미… 다른 정책 수단 찾아야

하지만 정부부처를 포함한 다른 공공기관들이 기관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입법 노력에 열을 올리는 것을 고려할 때, 한은의 법 개정 노력이 미진하다는 지적은 한은 안에서도 나오고 있다.

한은 급여와 복지 등 운영비에 관한 예산은 기획재정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는데, 이로 인해 임금상승률이 1~2%대에 머문다는 게 한은 노조의 지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법안 개정과 관련 준비 중인 것은 없다"면서 제도 개선을 위한 다른 방안도 있다고 밝혔다.
꼭 법 개정이 아니더라도 예산과 관련해 기재부와 협의를 통해 결론을 내거나, 다른 정책 수단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 총재가 언급한 '금융기관 범위를 비은행권으로 넓히는 방안'은 금융감독원 및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하고, 디지털 뱅크런에 대비한 '긴급 대출제도'의 경우 기존 한은법에 명시된 긴급 여신제도를 활용하는 것 등이다.


기재위 일각에서도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와 관련 투명성 강화, 한은 통계에 대한 검증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 개정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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