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현대문학 거장 코맥 매카시 별세…'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원작자

      2023.06.14 09:38   수정 : 2023.06.14 09:3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더 로드’의 원작자로 유명한 코맥 매카시가 세상을 떴다.

13일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매카시가 13일(현지시간) 자신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향년 89세.

생전 윌리엄 포크너, 허먼 멜빌,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비견됐으며,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로 꼽혔다.

'J. D. 샐린저 이후 가장 유명한 은둔 작가’로 통했다. 원래 이름은 찰스 주니어 매카시, 나중에 게일어로 ‘찰스’를 읽는 명칭인 ‘코맥’으로 이름을 바꿨다.

1933년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에서 태어났다. 변호사인 아버지 밑에서 “수많은 하녀들이 바삐 움직이는 크고 하얀 집”에서 부유하게 자랐으나 생전 타임지 인터뷰에서 "나는 부모님이 원하던 그런 애가 아니었다. 학교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학교가 싫었다"고 말했다.
나중에 매카시의 장남은 변호사가 됐다.

1951년 테네시대학에 입학했으나 2년 뒤 공군에 입대해 4년간 복무했다. 알래스카에 배치된 매카시는 그때 처음으로 독서를 시작했다. 시카고에서 자동차 부품 창고의 파트 타이머로 일하며 첫 소설 ‘과수원지기’(1965)를 썼다. 그는 이 작품으로 펜 포크너상을 받았다.

1979년에는 거의 20년 동안 써왔다는 네 번째 장편이자 가장 자전적인 소설인 '서트리'(1979)가 출간됐다. 성공한 아버지에게 완강하게 저항하는 주인공 서트리의 이야기다.

1985년에 발표한 ‘피의 자오선’으로 문학적 명성을 얻었다. 남부를 배경으로 한 초기 고딕풍 소설에서 묵시록적 분위기가 배어 있는 서부 장르 소설로의 전환점에 해당하는 수작이다. 타임 선정 ‘100대 영문소설’로 꼽혔다.

작가에게 대중적 명성을 안긴 국경 삼부작 ‘모두 다 예쁜 말들’(1992)과 ‘국경을 넘어’(1994), ‘평원의 도시들’(1998)은 서부 장르 소설을 고급 문학으로 승격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국경지대를 배경으로 카우보이 소년들의 잔혹한 모험과 씁쓸한 성장 이야기를 그렸다. ‘모든 다 예쁜 말들’은 미국 도서상과 미국 비평가협회상을 받았다.

생전 매카시는 왜 웨스턴으로 선회했느냐는 질문에 “난 언제나 남서부쪽에 관심이 있었다"고 답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미국 소재라면 코카콜라, 카우보이, 인디언이다. 하지만 지난 200년 동안 아무도 그 역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대재앙 이후 지구를 배경으로 길을 떠나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 ‘로드’로 퓰리쳐상을 안았다. 동명의 영화로 제작됐다.

2008년에는 에단·조엘 코언 형제가 연출한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면서 원작자인 그의 명성이 세계적으로 높아졌다. 타임은 이 소설에 대해 "이 작품은 흔하디흔한 연쇄 살인범 소설이 아니다"라며 "새천년 이후의 사회 병폐에 대한 정곡을 찌른 진단이며, 임박한 어둠에 대한 섬뜩한 조명이다"라고 평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한 ‘카운슬러’(2012)는 매카시가 쓴 첫 번째 시나리오다.

한편 매카시는 언론 인터뷰뿐 아니라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작가로 유명했다. 첫 소설을 1965년에 발표했는데, 2008년에서야 첫 텔레비전 인터뷰를 했다.
오프라 윈프리와 가진 인터뷰는 그의 이야기를 그의 목소리로 직접 들을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당시 아들 얘기에 얼굴이 빨개지기도 했다고.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세 차례 결혼했고 매번 이혼했다.
유족으로는 두 아들과 2명의 손자가 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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