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전부터 인정받은 노란봉투법… 노조원 대상 손배소 제동

      2023.06.15 18:21   수정 : 2023.06.16 13:09기사원문
대법원이 불법쟁의에 따른 손배소에서 "회사가 노동조합과 개별 노조원의 책임을 같은 수준으로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사실상 '노란봉투법'과 같은 취지인 '노란봉투 판례'가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 판결은 법리해석의 일종의 기준점이라는 점에서 현재 야당이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더라도 상당한 입법효과를 낼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대법원은 불법파업에 참여한 노동자 각각에 대한 책임 입증을 기업이 해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향후 기업이 개별 노조원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받아내기는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손배소 책임, 개별적으로 따져라"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가 15일 심리한 '현대자동차 사건'은 2개다. 현대자동차는 2010년 11월 울산공장 1·2라인을 278시간 불법점거, 2013년 7월 울산공장 생산라인 일부를 63분간 불법점거한 두 건의 사건의 책임을 물어 각 노동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날 대법원 판례의 핵심은 불법쟁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 각각의 노동자마다 개별적 책임제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대법원은 "노조 의사결정이나 실행에 관여한 정도 등은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손해배상 책임을 동일하게 본다면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노란봉투법과 같은 맥락이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와 3조 개정이 골자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는 사용자와 노동조합 등에 대한 정의를, 3조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를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해 배상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즉 2조와 3조를 개정해 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소송 제기와 가압류 집행을 제한한다는 것이 주요 입법취지다. 노동쟁의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조항은 배상 의무자별로 각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책임범위를 정하도록 규정한다.

■법조계선 "너무 섣부른 판례" 비판

두 번째 사건인 2013년 7월 울산공장 생산라인 일부를 63분간 불법점거한 경우도 대법원은 노동자 손을 들어줬다. 지금까지는 불법파업에 따른 조업중단 손해배상금액을 책정할 때 제품이 정상적으로 생산됐다면 제품 판매로 제조업체가 매출이익을 얻고 그 생산에 지출된 고정비용을 매출원가의 일부로 회수할 수 있다고 추정해왔다.

그러나 위법한 쟁의행위로 조업이 중단돼 일시적 생산차질이 있었더라도 결과적으로 매출감소가 없었다면 조합원들이 갚지 않아도 된다는 새로운 판례를 정립했다. 쟁의행위가 끝난 뒤 추가 생산으로 부족한 생산량이 만회됐다면 조업중단으로 인한 매출감소와 고정비용 상당 손해를 노동자에게 묻긴 어렵다는 의미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법조계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정당성을 실어주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좀 비판적으로 말하자면 '사법의 정치화'"라며 "사실상 대법원에서 입법행위를 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윤기 로펌고우 대표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노동 관련 손배소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이 판례가 관련 노동법 등의 기조가 바뀌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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