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쟁여놓고, ELS·ETF·펀드 매수 타이밍? 원·엔 800원대에 '엔테크 매력' 높아진다

      2023.06.21 05:40   수정 : 2023.06.21 18:2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엔화가 금리는 그리 높지 않아서 메리트는 떨어져요. 그래도 원·엔 환율이 많이 떨어져서인지, 엔화를 사려는 문의가 거의 없다가 이달에는 전월대비 5~10% 정도 (엔화를 구매하려고 상담받는 고객들이) 증가한 것 같습니다. (하나은행 잠원역지점 김학수 PB팀장)
#요즘 엔으로 환차익 보시겠다고 계좌 만들러 많이 오시죠. 또 하나은행 같은 경우에는 '원큐어플'에서 저희가 고객들 환율 우대 등록을 해드리면 본인이 직접 그 안에서 환율을 보고 엔화를 샀다가 팔았다가 할 수 있거든요. 내국인 거주자의 경우 한도도 없어 굳이 지점에 방문하지 않고도 집에서 엔테크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하나증권금융센터 안지은 PB부장)
#현재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차별화가 지속되고 있어 엔화 약세 가능성이 보이는 상황이지만,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통화긴축정책이 종료되고 일본 통화정책이 변화하면 엔화 강세도 전망됩니다. 그래서 엔화가 쌀 때 금리가 0%인 엔화예금을 분할로 매수하셨다가 환차익을 보려는 고객분들도 계시고, 상장지수펀드(ETF) 엔화 선물 관련 상품에도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NH농협은행 남명수 WM전문위원)

엔화 가치가 2015년 이후 8년 만에 최저점을 기록하며 '엔테크'가 부상하고 있다. 환 차익을 고려한 엔화 매수와 예치, 일본시장에 상장된 미국채 장기물 상장지수펀드(ETF)까지 다양한 '엔테크'(엔화+재테크) 조언이 나오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엔화 예금 잔액은 이달 15일 기준 8109억7400만엔으로 전달(6978억5900만엔) 대비 16%(1131억1400만엔·약 1조243억원)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6월말 잔액(5862억3000만엔)보다 38% 늘어난 수치다.

엔화 환전액 역시 지난해 9월 91억8300만엔에서 한 달 만에 197억3300만엔으로 2배 가량 뛴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엔화 환전액이 가장 많았던 한 시중은행의 환전 건수(14만1743건)는 4월(7만8643건)에 두 배에 달했다. 전년 동월(1만8041건)과 비교하면 약 8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는 원·엔 환율이 2015년 이후 8년 만에 100엔당 800원대를 기록하면서 일본 여행 수요 등이 늘고, 엔테크 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오전 8시 23분 기준 100엔당 897.49원(하나은행 고시 매매기준율)으로 2015년 6월 이후 8년 만에 가장 낮았다. 개장 후 원·엔 환율은 900원대로 오른 후 등락을 거듭하다 오후 3시 30분 기준 100엔당 905.21원을 기록했다. 또 20일 오전 달러·엔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0.17% 오른 142.182엔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유례 없는 엔화 약세에 '엔테크 붐'이 일어나는 모양새다. 김학수 하나은행 잠원역 지점 PB팀장은 "환차익의 경우 비과세의 영역이며, 종합소득세나 건강보험료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누릴 수 있는 수익이라 자산가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지은 하나증권금융센터 PB부장 역시 "머니마켓펀드(MMF)를 보유하고 있던 여유 있는 고객들은 대부분 다 엔테크를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엔테크 어떻게 할까…외화예금 개설이나 엔화ESL 투자


엔테크의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엔화를 싸게 매수했다가 원·엔 환율이 올랐을 때 되파는 일차원적 엔테크와 외화예금, 엔화 주가연계증권(ELS), 일본 펀드, 엔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대표적이다.

먼저 엔화예금의 경우 미리 엔화를 가지고 있다면 굳이 환전 수수료를 지불할 필요 없이 엔화로 바로 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남 전문위원은 "원화가 반도체 수출, 무역적자 폭 축소 등의 요인으로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향후 원·엔 환율이 880원대까지도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변동성이 있겠지만 현재가 (엔화를) 매수할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이어 엔화 분할 매수를 통해 엔화예금을 취하는 투자기법을 추천했다.

엔화 ELS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나 유로스탁지수, 닛케이지수 등을 기초자산 가격으로 해 지수가 일정 부분(20%) 이상 빠지지 않을 경우 원금과 이자가 다 나오는 상품이다. 3년 만기 6개월 단위 조기상환형 ELS가 대표적이다. 김 팀장은 "엔화를 저렴하게 사서 엔화 ELS에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기상환구간이 6개월이므로 최소 6개월 동안은 해당 상품을 팔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안 부장은 "당장 내일이라도 환율이 오르면 팔아야 하는 투자자가 아닌 '엔화가 싸니 좀 사놓자'는 생각을 가진 투자자라면 엔화 ELS가 효과적인 투자상품"이라고 밝혔다.

일본 펀드·엔화 ETF·日 상장 미국채 장기 ETF도 인기

일본 펀드도 대세다. 김 팀장은 "기초자산인 엔화 환율 자체가 싸기 때문에 원화보다는 엔화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일본 펀드를 활용하면 효과적"이라며 '피델리티 지속 가능 일본 주식 펀드'를 소개했다.

해당 상품은 소니, 올림푸스 등 일본 IT주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1년 수익률이 13% 정도다. 여기에 환차익이 10% 난다고 가정하면 총 23%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김 팀장은 "펀드 자체의 상승 가능성과 함께 엔화를 저가에 사서 환차익을 보는 두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주식이 빠지더라도 원·엔 환율을 통해 상쇄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주식처럼 쉽게 매매할 수 있는 엔화 상장지수펀드(ETF)도 인기다. 지난달부터 이달 16일까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엔화엔선물 ETF'의 순매수 규모는 337억원에 달한다. 이 상품은 국내에서 엔화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ETF로 거래소에서 발표되는 '엔선물지수'를 기초지수로 추종한다.

일본에 상장된 미국채 장기 ETF 또한 효과적인 엔테크 수단으로 꼽힌다. 장기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ETF인 TLT가 대표적이다.

현재 미국채 ETF의 경우, 엔·달러 환율 기준으로 환헤지(환위험을 극복하기 위해 환율을 미리 고정해 두는 거래방식)가 걸려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가 내려올 때 (ETF 상품에서) 수익을 낼 수가 있다"며 "결국 엔화 환전과 미국채 ETF를 통해 양쪽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반면 현재 엔화 가치가 이미 최저점이기에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엔테크를 하는 투자자들의 심리는 '지금까지 (엔화가) 계속 떨어져 왔으니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며,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현재 일본은행(BOJ)의 총재가 바뀐 상황이라 정책이 점진적으로 바뀔 조짐이 있기 때문에 (원엔환율이) 지금보다 더 내려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오는 7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있고,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 폭도 천천히 줄고 있기 때문에 원화가 급격한 강세를 보이기도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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