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서실장도 외쳤던 '이민'..용산, 이민청 기반 닦는다

      2023.06.27 05:00   수정 : 2023.06.27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외국으로부터 인력을 수혈 받는 것만이 유일한 방안이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2013년말 '덫에 걸린 한국경제'라는 책을 내면서 여러 대안으로 제시했던 것 중 하나가 '이민 수용'이었다.

김 실장이 10년 전 은퇴를 앞둔 고위공무원으로서 수십년간 자신의 공직 생활 경험을 토대로 내놓았던 대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더욱 구체화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26일 "각 부처에 산재한 외국인력 관리를 통합할 방안을 강구하라"며 이민청 설립에 앞서 정부 차원의 대책을 지시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외국인력 통합관리 추진 TF'를 구성해 조속히 개선 방안을 보고하기로 했다.

대통령 비서실 수장이 과거 제안했던 '이민을 과감히 받아들이자'는 대안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이민청 설립 공식 발표와 윤 대통령의 이같은 지시로 이어지면서, 정부 차원의 이민 수용 확대 정책 마련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민청 설립 전 정부 대책부터 만든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서울 용산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이같은 지시가 이민청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이민청 설립은 정부조직을 개편해야 해서 국회 입법이 필요해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그 시간 내에 정부 내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단 총리실에 TF를 만들어 이 문제를 다뤄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로 이주한 외국인력들이 농촌 현장, 중소기업, 조선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는 개별 부처가 맡고 있어 효율적인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통령실은 시간이 걸리는 이민청 설립 보다 각 현장에서의 외국인력들을 효율적 관리할 수 있게 일원화시키는 방안부터 모색키로 했다.

실제 중소기업 등에서 일하는 외국인 비전문 인력은 고용노동부가 담당하고, 농촌 계절근로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맡고 있다. 선원 취업 문제는 해양수산부가 담당하고 있고, 외국인 비자 문제는 법무부에서 맡아 각 부처별로 외국인력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생산가능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산업 현장의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외국인력을 시장 변화에 맞춰 종합적·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 이러한 통합 관리를 지시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밝혔다.

■김대기 "외국인 유학생에 문 열자"

김대기 실장은 과거 자신의 책에서 제시한 이민 관련 대안으로 "질 좋은 전문 인력의 이민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좋다"고 밝혔다.

다문화 사회의 장단점이 뚜렷함을 설명한 김 실장은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을 그냥 받아들이고 감내할 것인가. 여러 가지로 시끄럽더라도 이민을 적극 받아들일 것인가. 아무래도 후자가 낫지 않을까 하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실장은 단순 노동인력만 받아들이는 것은 경계했다. 2차 대전 이후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고자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펼쳤던 프랑스가 실업문제와 종교갈등, 사회분열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결혼이민에 대해서도 김 실장은 "어느 정도 소득과 자산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허용돼야 한다"며 "결혼 이민자의 20%가 월 소득 100만원 미만인 빈곤층으로 나타났는데 이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외국의 고급 인력이 미국이나 중국을 제치고 우리나라에 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선진국은 외국의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 인력을 데려올 방법은 많다"고 부연했다.


김 실장은 "국민적 공감대만 있으면 가능하다"면서도 "아직 거기까지 이르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서 배타적인 국민정서상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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