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 재개' 한일 통화스와프 효과는? 전문가들 "외환위기 대비용 보험"

      2023.06.30 05:00   수정 : 2023.06.30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일 통화스와프가 8년 만에 재개됐다. 전문가들은 한일 통화스와프가 최종 체결될 경우 당장 하반기 환율이나 수출 국면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외환시장의 보험 내지는 마이너스 통장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9일 도쿄에서 열린 '제8차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을 만나 통화스와프 복원에 합의했다.

계약 규모는 100억 달러, 계약 기간은 3년이다. 한국 원화를 일본이 가진 달러화로, 일본 엔화를 한국이 가진 달러화로 교환하는 '전액 달러 베이스' 방식이 채택됐다.
이에 비상시 일본에 원화를 맡기고 달러를 빌려오는 것이 가능해졌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한국과 일본이 계약한 한도 내에서 필요한 만큼의 돈을 교환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재교환할 것을 약속하는 계약이다. 한국은 일본과 지난 2001년 7월 20억 달러 규모의 첫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었다.

이후 2008년 300억 달러, 2011년 700억 달러까지 스와프 규모가 증액됐지만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기점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했다. 그러면서 만기 도래한 스와프가 연장되지 않는 일이 반복됐고, 스와프 규모도 계속 축소되다가 2015년 2월 완전 종료됐다.

이후 2016년 8월 한국이 브렉시트·미국 금리 인상 등을 이유로 일본에 통화스와프를 제안했지만, 2017년 1월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된 것을 빌미로 일본 측이 협상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그러나 이번에 통화스와프 협정이 체결되며 양국은 8년 만에 통화스와프를 재개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한일 통화스와프가 단기적으로 한국에 '이득'이 되리라고 보는 것에는 무리가 있지만, 외환위기가 닥칠 경우를 가정했을 때 '보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며 한일 관계 회복의 상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일 통화스와프가 체결된다고 해서 당장 우리 경제에 이득이 발생하거나 환율이 변동하지는 않겠지만, 기축통화인 엔화와 스와프를 체결해 놓을 경우 위기 시 원화 가치를 안정시킬 수 있다"며 "한일 경제교류 활성화 및 관계 개선 측면에서의 상징적인 의미도 가진다"고 밝혔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 역시 "통화스와프가 빛을 발하는 순간은 (경제가)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라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이라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을 때와 체결하지 않았을 때의 환율 변동성을 비교해 보면, 방어 수단이 생긴 영향으로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을 때의 환율 변동성이 낮게 나타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게 되면 유동성이 풍부해진다. 유동성이란 자산을 필요한 시기에 손실 없이 화폐로 바꿀 수 있는 안전성의 정도로, 유동성이 풍부해질 경우 거래량이 두터워진다. 이렇게 된다면 한두 가지 주체의 영향으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지 않는다는 것이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달러 대비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데 반해 우리나라 내에서 엔화가 강세를 보이게 되는 '디커플링'이 발생할 경우, 통화스와프 상의 유동성을 토대로 금융시스템 상 변화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엔저' 현상 탓에 엔화 위상이 예전같지 않아 우리나라가 얻는 실익이 크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선을 그었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엔화가 약세이기는 하나, 국제적인 기축 통화로서 원화보다는 조금 더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통화스와프는 기간을 정해 길게 하는 장기 사업인 반면 엔·달러 환율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엔화 약세는 아직 일본중앙은행(BOJ)의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취임한 후 명확한 통화 긴축 신호가 나타나지 않는 것에 따른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므로, 장기적 성격의 통화스와프와는 궤를 같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석 교수 또한 "지표상으로 봤을 때 최근 일본 경제가 오랜 장기 침체를 끝내고 물가 상승률이 올라간 상태이며, 1·4분기 경제성장률의 경우 연율로 환산했을 때 우리나라보다 좋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실제로 일본 내각부는 올해 1·4분기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0.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한국의 0.3%보다 높다.
연율로 환산했을 때 일본의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은 2.7%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엔저 현상으로 수출에 타격을 입을 여지가 있는 우리 수출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대응책으로써 한일 통화스와프를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석 교수는 "통화스와프의 경우 위기 시에 도움을 받는 구조라 즉시 환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언급했으며, 김 연구원은 "엔화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정상화될 것이고 지금은 우리 기업들이 해외 법인이 많은 상황이라 환율에 있어서 일방향적인 손실을 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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