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IAEA 후쿠시마 보고서 비판한 속내는?
2023.07.11 06:00
수정 : 2023.07.11 08:03기사원문
핵강국 자처하는 북, 국제정치 목소리 부각
북한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보고서를 낸 국제원자력안전기구(IAEA)를 강력히 비판했다.
전문가는 북한 스스로 핵강국이라며 국제정치에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도를 비쳐왔는데 '국제정치 개입 의지'의 속내를 다시한번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하고, 북한의 부당하고 왜곡된 발언에는 국제사회와 공조하면서 단호히 대응해야 하는 능동적 방식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북한은 9일 국토환경보호성 대외사업국장 명의 담화에서 IAEA 보고서가 "상상하기도 끔직한 핵오염수 방류계획을 적극 비호두둔, 조장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IAEA는 지난 4일 도쿄전력이 세운 계획대로 오염수의 방류를 진행할 경우 인체·환경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이 무시해도 될 정도로 미미하고,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등 내용의 종합보고서를 일본 정부에 전달했다.
그러나 북한은 "일본은 IAEA의 이번 종합평가보고서 발표를 합법적 명분으로 내대며 올해 여름부터 무려 130만t에 달하는 핵오염수를 태평양으로 방류하려 하고 있다"며 "다량의 핵오염수가 태평양으로 흘러드는 경우 방사성동위원소 물질들이 57일 이내에 태평양의 절반지역에, 10년 후에는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은 "여기에는 3중수소와 5000년의 반감기가 필요한 탄소-14와 같은 방사성 물질들이 포함돼 있어 악성종양 등 인류의 생명안전과 생태환경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며 "IAEA가 그 누구도 권한을 부여하지 않은 일본의 핵오염수 방류에 대해 그토록 열성을 부리고 있는지 의혹이 짙어갈 뿐"이라고 비난했다.
일본을 향해선 "지난 세기 아시아 나라들에 형용할 수 없는 불행과 고통을 강요하고도 사죄와 보상은커녕 피로 얼룩진 과거사를 한사코 부정, 미화하고 있다"며 "오늘날까지 IAEA와 같은 어용기구를 금전으로 매수해 인류에게 대를 두고 씻지 못할 만고해악을 끼치려 하고 있다"라고 맹비난했다.
또 한미를 향해선 "응당 저주와 지탄을 받아야 할 일본의 핵오염수 방류계획에 미국과 남조선이 공개적으로 환영 입장을 표시하면서 만사람의 커다란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라고 힐난을 빼놓지 않았다.
전문가, "나(北)를 잊지 말아요~"..전형적인 南南갈등 조장"
반길주 서강대 국제지역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북한은 핵무력 완성을 통해 군사적 압도뿐 아니라 핵강국으로서 국제정치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며 "북한이 후쿠시마 오염수 보고서에 '이중기준의 전형적 표현'이라며 비판하고 나선 것은 이의 연장선상에서 '국제정치 개입 의지'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짚었다.
북한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대만 관련 언급을 이어오며 핵강국에 부합하도록 국제정치에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도를 비쳐왔다는 설명이다.
반 책임연구원은 "북한이 이번 기회를 역이용해 IAEA가 이중기준을 적용하는 조직이라고 폄훼하는 것은 핵고도화와 무관치 않다"며 "IAEA측이 자신의 핵 프로그램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전략적 환경을 조성하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IAEA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존재하는 기구이기 때문에 북한이 핵 프로그램에 우려를 제기해 왔다.
이어 반 책임연구원은 "한국의 국내정치를 파고들어 남남갈등을 조성하려는 전략"이라며 "북한은 남남갈등을 통해 자신의 전략적 목표를 적은 비용으로 쉽게 달성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왔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남남갈등이 부상할 요소가 불거지면 이를 파고들어 갈등 분위기를 조장하고 고조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해 왔으며,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를 두고 괴담이 나타나는 가운에 이를 과학으로 증명하려는 한국 내의 여러 노력을 무력화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그러면서 반 책임연구원은 "북한은 이처럼 앞으로도 여러 국제적 사안에서 개입 효과를 높이기 위해 중국, 러시아까지 끌어들이며 신냉전 역학을 교묘히 이용할 것"이라며 "북한이 부당하고 왜곡된 발언을 통해 국제정치를 혼탁하게 만들지 못하도록, 북한 주장에 외면하는 수동적 방식보다는 국제사회와 공조하면서 단호히 대응하는 능동적 방식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