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카페 취업도 아동 센터 자원봉사도 가능…'아청법'의 허점 어쩌나

[파이낸셜뉴스] #. 지난 2021년 8월 딸과 함께 울산의 한 키즈카페에 방문한 A씨. 그는 키즈카페에서 놀고 있는 다른 아이를 강제로 추행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 추행)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과 장애인복지시설에 3년간 취업 제한을 받았다.

#. 10년 넘게 아동복지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한 B씨. 그는 지난 2013~2018년 아동복지센터 소속 아이들에게 10여 차례에 걸친 성범죄를 저질러 징역 11년을 선고받고,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10년간 취업이 제한됐다.

B씨는 이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 추행)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받은 상태였지만, 2006년부터 아동복지센터에서 자원봉사를 지속해왔다.

오는 10월부터 성범죄자에 대한 취업 제한 목록이 추가 되지만 일부 시설이 제외되거나 자원봉사일 경우 '취업제한'에는 해당하지 않아 사각지대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이낸셜뉴스가 관련 판례를 조사한 결과 성범죄 전력이 있는 성인이 키즈카페에 방문해 여아 성추행을 저질러 처벌 받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오는 10월부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된다. 개정안에는 성범죄자 취업제한 기관에 육아종합지원센터와 다함께돌봄센터, 성매매 피해아동 지원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 등이 추가됐다.

현행법상 성범죄로 법원으로부터 취업제한 명령을 받은 범죄자는 최대 10년간 법에서 정한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을 운영하거나 취업할 수 없다.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으로 지정되면, 해당 기관의 장은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의 동의를 얻어 경찰서에 성범죄 경력을 조회할 수 있다.

문제는 주로 아동·청소년이 방문하는 키즈카페와 놀이공원, 실내 놀이터 등이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련 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아 성범죄 경력을 조회할 근거도 없는 셈이다.

성범죄자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현행법상 취업제한 규정은 있으나, 자원봉사에 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아 사실상 성범죄자가 자원봉사를 핑계로 아동·청소년과 접촉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국회에서도 성범죄자의 취업제한 명령 내용에 자원봉사 활동을 포함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 등은 지난달 성범죄자의 취업 제한의 범위를 자원봉사까지 확대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차승은 수원대 아동가족복지학과 교수는 "성범죄자의 취업, 자원봉사 제한을 두고 이들의 자율성을 해치고, 갱생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며 "하지만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서의 취업과 자원봉사의 경우 제한을 둘 필요가 있는 만큼, 세밀한 법 적용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mail] 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