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알고리즘, 장외시장 뒤흔든다...퀀트펀드, 다크호스 등장
2023.07.16 06:41
수정 : 2023.07.16 06:41기사원문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한 거래로 수익을 좇는 이른바 퀀트펀드들이 장외시장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다.
퀀트펀드는 그동안 비상장 주식은 들여다보지 않았지만 정규 주식시장이 치열한 경쟁 속에 재정거래 여지가 좁아지는 가운데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비상장 주식들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이하 현지시간) 이른바 핑크시트라고 부르는 분홍색 매매주문용지로 거래를 하는 전통적인 투자자들만의 세계였던 위험성이 가장 높은 시장인 장외시장에 퀀트펀드들이 뛰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퀀트펀드라고 부르는 알고리즘 기반 컴퓨터 트레이더들은 기존 투자자들에 비해 더 높은 현금 동원력으로 무장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들이 집중했던 대형주 시장에서 예전처럼 큰 돈을 벌기가 어려워진 점도 이들이 장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시스템전략 전문가인 퀀트헤지펀드 아카디안자산운용의 세트 윈그램 선임부사장은 장외시장은 "우리 같은 투자자들이 한 번 해 볼만하다고 판단하는 꿀단지"라고 말했다.
윈그램은 장외시장은 주식세계에서 효율성이 가장 낮은 시장이라면서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비효율성을 비집고 들어가 차익을 챙기는 이른바 재정거래가 정규시장보다 쉬울 것으로 기대했다.
장외시장(OTC)은 뉴욕증권거래소(NYSE)나 나스닥거래소 같은 주요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주식들이 거래되는 곳이다.
OTC마켓츠그룹이 운영하는 미국의 주요 OTC네트워크에서 거래되는 종목 수는 현재 1만2000여개에 이른다.
장외시장 등록은 거래소 상장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어 소규모 미 국내 업체들이 주로 단골로 거래된다. 또 투기성 높은 페이퍼컴퍼니, 파산보호를 신청해 정규시장에서 쫓겨난 주식들이 장외시장에서 거래된다. 그러나 네슬레 같은 대형 외국업체 주식들도 있다.
퀀트헤지펀드들이 장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지만 최근 장외시장 거래 확산의 주동력이라는 점은 틀림없다.
OTC마켓츠에 따르면 이들 퀀트펀드 비중이 여전히 전체 장외시장 투자 규모에 비춰 크지는 않지만 지난 2년간 신규 투자자의 40%를 차지했다. 올 상반기에는 신규투자자의 50%로 비중이 더 늘었다.
퀀트펀드가 뛰어들면서 장외시장 거래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장외시장 거래 규모는 5070억달러(약 645조원)에 이르렀다. 2021년 주식시장 폭등 당시에 비해서는 거래 규모가 둔화됐지만 팬데믹 직전인 2019년 거래규모와 비교하면 50% 넘게 높은 수준이다.
아카디안의 윈그램은 장외시장은 정규 주식시장에 비해 기관투가자들의 비중이 매우 낮기 때문에 퀀트펀드들의 운신의 폭이 넓다고 설명했다.
장외시장 주가 상승률은 거래소 상승률에 비해 아직은 밀린다.
뉴욕증시 시황을 가장 잘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2018년말 이후 51%, 2000개 소형 종목으로 구성된 러셀2000지수가 49% 상승한데 반해 OTC복합지수는 상승률이 45%에 그쳤다.
그러나 낙관론자들은 지수투자가 아닌 개별종목을 적극적으로 사고파는 펀드매니저들이라면 시가총액 규모가 정규시장에 비해 작은 장외시장에서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