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양극화’… 2차전지 돈 몰리고 바이오·건설은 외면

      2023.07.16 18:10   수정 : 2023.07.16 18:10기사원문
경기 침체 우려로 회사채 시장에서 우량채에 투자금이 몰리고, 비우량채는 외면받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2차전지 관련 회사채에 기관의 자금이 대거 밀려드는 모습이다.

■우량채·2차전지에 몰리는 기관 자금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 KT 계열사들이 최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연달아 흥행에 성공했다.

기관의 자금이 쏠리면서 이들은 민간채권평가사 평가금리보다 낮은 수준에서 이자가 결정됐다.

SK E&S는 지난 3일 2500억원 목표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총 1조300억원이 들어왔다.
3·5·7년물로 민평금리 대비 낮은 수준에서 표면이율이 결정됐다. SK E&S의 신용등급은 AA0 수준이다.

신용등급 AAA인 KT가 같은달 4일 진행한 수요예측에도 2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당초 목표치는 2000억원이었지만 KT는 두 배로 늘린 40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신용등급이 AA- 수준인 롯데쇼핑 역시 이달 초 2000억원을 목표로 진행한 수요예측에 87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에 롯데쇼핑은 목표치(2000억원)보다 700억원 많은 2700억원어치를 찍었다.

2차전지 관련 채권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이다. LG화학은 지난 12일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20억달러(약 2조5800억원) 규모의 해외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LG화학이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 아시아·유럽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150여곳이 참여, 발행목표의 5배에 해당하는 100억달러가 쏟아져 들어왔다. LG화학은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지분 81.84%를 보유하고 있다. 교환사채는 싱가포르증권거래소에 상장될 예정이다. LG화학이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서는 것은 2차전지 설비투자와 신사업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서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29일 목표치의 두 배에 달하는 1조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수요예측에서 최소 발행 신고금액의 9배가 넘는 4조7200억원이 모집된 바 있다.

에코프로의 회사채에 대한 관심도 크다. 17일 1000억원 모집을 목표로 진행하는 회사채 수요예측에 기관의 자금이 대거 몰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발행이 감소하는 시즌이지만 우량채 발행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하반기 금리인하 기대감이 약화되고,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확대된 영향이 있다"면서 "(일부 기업들은) 하반기 발행을 앞당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외면받는 바이오·건설사 채권

코로나19 이후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모았던 제약·바이오에 대한 인기가 식으면서 주가는 물론 채권 투자자금도 빠져나가는 양상이다.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이 계속되면서 메자닌 투자자들이 잇달아 조기상환 청구에 나서고 있다.

보령홀딩스, 보령홀딩스, 바이오로그디바이스, 이노테라피 등의 풋옵션(조기상환 청구) 비율은 80~100%에 달한다.

공모채가 부담스러운 기업들은 사모채, 기업어음(CP)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기관의 수요가 없다 보니 사모채 발행을 하더라도 소액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리스크가 커지면서 건설사들의 회사채 조달비용이 껑충 뛰었다. 그럼에도 HL D&I 한라(옛 한라건설), 동부건설, 롯데건설 등은 사모채 시장에서 고금리를 감수하고 자금조달을 이어가는 형편이다.


동부건설은 지난달 30일 3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연 9.0%에, HL D&I 한라는 이달 6일 사모채 42억원어치를 연 7.5%에 각각 발행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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