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거시건전성 규제, 가계대출로 물가안정에 차질 빚을 때 고려 가능"

      2023.07.17 15:43   수정 : 2023.07.17 15:4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한국은행과 또다시 시각차를 나타냈다. 이 원장은 "금리나 거시건전성 규제는 거시경제와 금융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 수단"이라며 "가계대출 팽창 등의 우려가 지나쳐서 물가 관리에 문제를 초래한다는 게 명백하게 지표로 나올 경우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고려요소로 삼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3일 "가계부채가 예상보다 더 크게 늘어난다면 금리뿐만 아니라 거시건전성 규제를 다시 강화한다든지 여러 정책을 통해서 대응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고 한 것과 달리 '미시정책을 통한 관리'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신한카드 본사에서 열린 '소상공인과 함께, 성장 솔루션 론칭'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필요성에 대해 "이창용 총재께서 말씀하신 가계대출 증가와 관련된 거시건전성 고민은 저희(금융감독원)도 같이 하고 있다. 다만 2021년 가계대출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가계대출을 금리로 조정한 게 아니라 미시적인 감독행정의 조정으로 증가세를 관리한 바 있다"라며 미시정책에 힘을 실었다.

이 원장은 "금리라든가 거시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이 큰 칼이라면, 저희가 미시적으로 감독 행정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더 작은 정책 수단"이라며 "큰 정책 수단을 쓸 경우에는 거시경제 전반과 금융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타깃팅(targeting) 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사용해서 그 부분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인상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을 강화할 경우 경제전반 충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지금으로서는 미시적인 감독, 행정 정책으로 관리 가능하다는 취지다.

이 원장은 "다만 가계대출 팽창 등의 우려가 커져서 물가관리에 문제를 초래한다는 게 명백하게 지표로 나올 경우에는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고려요소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 목표인 물가안정에 차질이 생길 정도로 가계대출이 늘어날 때에는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와 금융통화위원들이 금리인상과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를 비롯해 다양한 옵션을 열어놓고 고민해야 한다고 한 것과는 결이 다소 다른 발언이다.

다만 이 원장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과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며 정책 엇박자 논란은 일축했다.

이 원장은 "금리 상단을 열어둘 수밖에 없는 통화당국의 어려움과 고민, 가계대출의 지나친 팽창에 대한 우려를 포함해 거의 100% 공감하고 있고 관련된 내용은 주단위, 매일매일 실무단위에서 논의되고 있어서 입장을 같이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한국은행도 그렇고 저희도 가급적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줄이고 싶은 욕심과 바람도 있는데, 어느 정도 부작용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 흐름으로 가계대출을 관리할지에 대해 기재부, 금융위, 한은 등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그 추이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지난 13일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후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나라에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수십 년간 몇 번의 위기가 있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계속 상승해왔다"면서 "지금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3% 이상으로 돼 있는데 이 비율이 계속 늘어난다면 우리경제에 큰 불안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를 더 키울 수 없는 너무나 뚜렷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정책당국과 계속 협의 중이라면서도, 향후 가계부채가 예상보다 더 늘어난다면 금리뿐 아니라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등 여러 정책 수단을 열어놔야 한다는 게 한국은행의 견해라고 밝혔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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