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관리에 올인" 저축은행 저신용자 대출상품 '위축'
2023.07.25 18:19
수정 : 2023.07.26 09:29기사원문
고금리 기조에 조달비용이 오르며 연체율이 상승하자 저축은행이 건전성 관리에 나선 탓이다.
최근 저축은행이 수신고를 채우기 위해 예금금리를 다시 끌어올리는 추세라 중·저신용자의 자금 마련은 올 하반기에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서민 급전창구' 무색해진 저축銀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중에서 신용점수가 600점 이하인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상품은 31개로 전년(61개)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 중 개인회생, 신용회복을 진행 중이거나 파산절차의 면책결정이 확정된 사람에게만 실행되는 특수 신용대출을 제외하면 저신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신용대출 상품은 28개로 3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취급한 저축은행의 전체 신용대출 상품(83개)의 33.7%에 그쳤다.
아예 대출 자체를 취급하지 않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기준 79개 저축은행 중 3억원 이상 신용대출 취급한 저축은행은 29곳으로 전체 저축은행(79곳)의 3분에 1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신용점수 600점 이하에게 대출 내주지 않은 곳은 13곳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곳 늘어났다. 이에 전체 대출에서 600점 이하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실행되는 비중은 같은 기간 5.24%로 2.36%p 줄었다.
이는 최근 저축은행이 조달비용 인상에 연체율이 높아지자, 건전성 관리를 위해 중·저신용자 취급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올 1분기 연체율은 5.1%로 지난해 말보다 1.7%p 높아졌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저축은행은 올 상반기에 연체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부실 우려가 크고 대손비용도 높은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먼저 정리했다"고 말했다.
■조달비용 상승에 대출문턱 높아져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에 중·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이 더욱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저축은행들이 최근 수신고를 채우기 위해 금리 경쟁에 나서고 있어 향후 조달비용이 더욱 올라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예금금리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지난해 11월, 6%까지 급등하며 급격히 상승한 후에 올해 초 3%대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4.01%로, 세 달 전인 4월 25일보다 0.16%p 증가했다.
저축은행이 조달비용이 오른 만큼 대출금리를 올리면서 초고금리 대출 비중은 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저축은행 신용대출 중 연 이자가 18%를 초과하는 대출 비중은 47.72%에 달했다. 전년 동월 대비 13.29%p 급증한 수치다. 반면 저금리 대출 비중은 크게 줄어 연 12% 이하 대출 금리 비중은 같은 기간 17.54%에서 올해 6월 8.07%까지 낮아지며 10%대 아래로 떨어졌다.
이에 지난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3·4분기 저축은행의 대출 태도지수는 -23으로 집계돼 국내 시중은행(6)보다 현저히 낮았다. 지수가 마이너스(-)를 나타나면 금융사가 금융사들이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금리를 올리는 등 이전보다 대출문턱을 높인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고금리·경기회복 지연 등에 따른 채무상환능력 저하, 저신용·저소득 차주의 재무건전성 우려 등에 주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