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랠리' 현대로템, 고속철 첫 수출 잭팟 터지나
2023.07.26 14:41
수정 : 2023.07.26 15:5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현대로템이 K2전차 수출과 함께 철도차량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상반기 호주 전동차 등 3조원대 수주로 역대 최대를 기록 중이다. 국내에선 국산화에 성공한 시속 320km급 동력분산식 고속차량을 올 연말 첫 인도한다.
상반기 철도차량 수주 3兆 넘어 역대 최대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1조원대 호주 전동차 수주 등 올 상반기 국내외에서 레일솔루션(철도) 부문 수주액이 3조원을 넘어섰다. 역대 최대 규모다. 상반기 기준 철도부문 수주 잔고도 10조원에 육박한다.
현대로템은 철도와 함께 디펜스솔루션(방산), 에코플랜트(플랜트)가 세가지 사업 축이다. 그 중 철도 부문은 전동차, 고속차량(시속 200km이상), 경전철, 트램(노면전차) 등을 제조·공급, 유지·보수하는 사업이다.
철도 부문 상반기 수주를 보면 현대로템은 지난 6월 호주 퀸즐랜드 주정부가 발주한 전동차 공급 사업을 현지 철도업체 다우너와 컨소시엄으로 수주했다. 1조2164억원 규모로 단일사업 수주로는 역대 최대다. 2026년까지 차량을 납품한다.
현대로템은 1990년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인도, 브라질 등 총 38개국에 철도차량을 수출했다. 앞서 지난해엔 이집트(7557억원), 대만(1560억원) 등에서 총 1조1748억원 규모의 전동차 사업을 수주했다.
대규모 발주가 많지 않은 국내에서도 지난 3월, 4월 동력분산식 고속차량(EMU-320) 사업 2건을 추가 수주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이 발주한 EMU-320 공급 사업으로 총 1조7900억원 규모다. 2028년까지 차량을 납품한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올 상반기 수주한 국내 고속차량(EMU-320)은 현대로템이 해외 고속철 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데 중요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했다.
EMU-320은 기존 고속차량(EMU-260, 시속 260km)과 달리 최고 시속 320km로 더 빠르다. 현재 운행 중인 동력집중식 'KTX산천'과는 다른 기술이다. EMU-320은 지난해 9월 현대로템 창원공장에서 처음 출고됐다. 현재 시운전 중이며 내년에 상용화된다. EMU-320은 지난 2021년부터 운행 중인 EMU-260과 함께 'KTX이음'으로 불린다.
시속 320km급 고속철 양대 기술 모두 보유
최고 시속 320km급 동력분산식 고속철이 내년에 상용화되면 현대로템은 동력집중식(KTX산천)과 함께 양대 기술을 모두 보유한다. 두 기술을 모두 갖고 있는 국가는 프랑스, 독일 등 몇 개국에 불과하다.
앞서 지난 2008년 세계 네번째로 국산화에 성공한 KTX산천은 동력집중식 고속차량이다. KTX 사업을 따낸 프랑스 알스톰에게 일부 기술을 이전받아 국산화한 것이다. 이에 비해 지멘스 등의 고속철은 동력분산식이다. 전세계 고속철 시장의 70% 이상은 동력분산식 고속차량이다. 동력 분산식은 가·감속 성능이 우수하다. 승객 수송량이 많아 역 사이가 짧은 철도 환경에 적합한 기술이다.
현대로템이 2007년 산·학·연 국책과제로 동력분산식 기술 개발에 착수, 2021년 상용화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EMU-320은 시제품 생산 과정에서 설계를 변경하는 등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납기도 늦어졌다. 수차례 기술 개선과 검증을 거쳐 현재 성공적으로 시운전 테스트 중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EMU-320은 설계 변경 등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연말까지 코레일에 16량 납품을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로템이 고속철 동력 집중·분산식 기술을 확보, 양산까지 30년 정도 걸렸다. 상용화에 투입된 비용은 민·관 합쳐 2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기술은 국가핵심기술에 포함돼 있다.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은 지난달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3 국제철도기술산업전에서 "해외 철도시장에서 고속차량, 트램 등의 경쟁우위를 확보하겠다"고 했다.
고속철 국산화 15년, 첫 수출은 언제
'KTX산천' 고속철(2008년 첫 출고)을 국산화한 지 올해로 15년째다. 현재까지 고속철 수출은 전무하다. 고속철도 테제베(TGV) 제조사인 프랑스 알스톰, 고속철 벨라로를 제조하는 독일 지멘스, 세계 최대 철도차량 제조기업 중국 CRRC, 캐나다의 다국적기업 봉바르디에 등 고속철 메이커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현대로템의 고속철 수출 예상국가로 △세계 최대 도시건설 프로젝트(네옴시티)를 추진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최근 양국 정상회담에서 인프라 투자 협력을 약속한 폴란드(신공항 고속철) △전후 재건 논의가 활발한 우크라이나 △아시아권 개발도상국 등이 거론된다. 이 중 폴란드와는 철도·방산 분야에서 협력 관계다. 현대로템은 2019년 수주한 폴란드 바르샤바의 트램 사업에 차량 123편성(3358억원)을 공급 중이다. K2전차 총 28대를 조기 납품, 신뢰를 쌓았다. K2전차 820대 공급계약(500여대는 폴란드 현지 생산)도 추진 중이다.
고속철 수주는 방산과 같이 수조원대의 빅딜로 국가간 경쟁인데다 진입 장벽도 매우 높다. 이 때문에 방산·원전 수출처럼 정부의 적극적 지원 하에 민·관 합동 원팀으로 들어가야 한다. 앞서 지난 13일 한-폴란드 정상회담 직후 윤석열 대통령은 "폴란드 신공항 고속철도 건설 사업에 우수한 한국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